슬프게도 사람과 만나는 일이 늘어나면, 아는 사람이 늘어나면 그 사람의 글, 혹은 어떤 작업을 비판하기가 어려워진다. 지연으로 비판을 하기 어렵다는 뜻이 아니다. 그 사람의 작업이 어떤 어려운 환경에서, 어떤 협상에서 나왔는지 알기 때문에 쉽게 비판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나는 어떤 작업물을 비판하려고 했는데, 그 집단이 처해 있는 열악한 상황이 떠올라서 비판을 포기했다. 하지만 이렇게 비판을 포기하면 같이 망할 수도 있다. 서로가 더 좋은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비판 작업은 해야 한다. 그럼에도 때론 어려운 순간이 발생한다. 다른 경우엔 어떤 사람의 글을 비판적으로 개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늘 그 다음에 얼굴을 보면 어떡하나, 걱정한다. 이런 걱정을 덜 하고 싶다. 비판 자체는 사려 깊어야 하지만, 늘 사려 깊은 비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어떤 경우엔 정말 바닥을 판다는 기분으로 강하게 비판해야 하기에, 얼굴을 마주할 기회를 걱정하고 싶지 않다. 이 걱정이 비판을 무디게 하거나 머뭇거리게 한다면, 어쩐지 슬프다.
그러니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든 줄이기 위해, 채식을 하지 않는 사람과는 개인 만남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만들어 볼까? 물론 둘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려나.
Trackback URL : http://runtoruin.com/trackback/2955
사실 요즘 비공개님의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거 같아 걱정이에요...
그러고 보니 모두가 채식을 하지 않으면 출근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괜찮겠네요. 으흐흐흐흐흐
사람마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방편은 다르다고 생각은 해요. 그저 저는 고립을 선택한 건데... 그건 자신이 없어서 그런 거 같아요. 아는 사이가 되면 비판할 일도 그냥 넘어가거나 아는 사람을 편드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 같은 것이 있거든요. 강하게 비판해야 할 상황에서 이런저런 사정을 알다보니 그런 비판을 못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떡하나라는 두려움이 있어서 차라리 고립을 택하는 거겠거니... 무엇보다 비평적 개입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동안 제가 주장한 입장을 배신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다는 염려 혹은 저에 대한 강한 우려 같은 거랄까요? ㅠㅠㅠ
트위터 같은 곳에서 말을 할 때 맥락이 사라지고,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을 때도 맥락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 깝깝할 때가 있어요. 맥락이 사라지니 비난과 욕설만 남고 그것이 비판이자 개입으로 호도되는 모습이 무섭기도 하고요. 자신이 비판하고 반대한다고 주장하는 정치학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그들이 무서운 동시에 저는 어떻게 하고 있나 두렵기도 해요.
아무려나... 비공개 님은 비공개 님에게 맞는 방법이 있을 거라고 믿어요. :) 그저 생산적 비판 작업이 더 활발해지면 좋겠다는 바람일 뿐... 하하
그나저나 요즘 많이 힘들다던데... 토닥토닥...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는 날이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