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인식이란 지금 현재의 모습을 밑절미 삼는 해석, 혹은 실시간으로 지금 이 순간의 모습을 밑절미 삼는 재해석이 아니라 과거부터 만남을 이어오며 알아온 '침전된 인식/지식'을 밑절미 삼는 인식이다. 그래서 오래 그리고 자주 만나는 사람보다 낯선 사람,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이 어떤 해석에 있어 더 날카롭고 예리할 수도 있다. 그것이 사실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길을 가다가, 택시를 탈 때, 우편물을 수령할 때 종종 나를 여성으로 독해하는 사람이 있다. 빈/비엔나에선 마담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하지만 나를 오래 만난 사람은 오히려 그렇지 않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어떤 사람은 종종 여전히 '매우 남성적인 외모'지만 자신을 트랜스젠더라고 말하는 사람으로 이해하기도 하고.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내가 스타일을 조금 바꾼 건 사실이지만 그 이후의 해석에서 무엇이 진실에 가까운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이런 순간이 재미있다. 외모와 관련한 글을 준비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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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분에게 그딴 말을 한 인간들의 입을 확 찢...
...은 아니고... 흠흠...
정말이지 트랜스젠더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와 함께 어떤 식으로 독점되고 배제의 범주로 쓰이는가를 살피는 작업은 더 많이 말해져야겠다는 느낌이에요.
다른 한편,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지만, 범주의 규정과 배제, 그리고 우리와 그들의 구분을 통한 집단을 규정하는 권력 작동을 어떻게 탐문할 것인가가 중요한 질문거리인 동시에, 트랜스젠더 범주에서 배제되는 이들, 때때로 젠더퀴어로 자신을 설명하는 이들의 감정을 어떻게 설명하고 독해할 것인가도 중요한 이슈라는 판단이 들어요. 이 감정이 어떤 움직임(affect)을 만들어 낼 것인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또한 이것을 범주나 명명의 이슈가 아니라 전혀 다른 이슈로 살피는 작업이 필요한데 마땅히 어떤 언어/분석틀을 가져오면 좋을지는 좀 고민이에요. 뭔가 다른 지점을 살펴야 한다고 몸 한 곳에서 간질간질하는데 아직은 분명하진 않네요.. 하하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