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추 10년 넘게 쓰고 있는 펜은 유니 스타일핏 0.28
그 전에는 하이테크C를 사용했는데, 사용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애지중지 소중하게 다뤄줘야 한다. 낙하하면 바로 끝. 중간에 끊김 현상도 발생. 그래서 1/3만 사용해도 성공했다 싶을 정도로 왕을 모시듯 모시며 사용해야 하는 펜. 새롭게 정착하고 가장 만족하며 사용하는 펜이 스타일핏이다.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색상이 있고 3색 멀티로 쓸 때도 있고 4색 멀티로 쓸 때도 있는데 두께는 얼추 비슷해서(같은가?) 이 정도를 좋아한다. 무엇보다 물번짐이 없다는 점도 장점. 논문이나 책이 물에 젖는 불상사가 발생했을 때 글씨가 번지면 더 괴로운데 물 번짐이 거의 없다.

호불호가 강할 텐데 서걱거리는 느낌을 좋아하고 서걱거려야 글씨가 잘 써지는 느낌이라 특히 좋아함. 문구점 가면 종종 새로운 펜을 시도하고, 새 펜을 선호할 때도 많지만 결국 스타일핏으로 돌아가더라.

과거에도 애용했고 앞으로도 애용할 듯. 내게는 펜의 기준.


#2
최근 애정하는 펜은 쥬스업. 하이테크C와 시그노(스타일핏과 시그노는 거의 같다고 봐도 무방)의 장점만 모은 펜이라고 하는데... 하이테크C의 필기감은 기억나지 않지만 시그노의 개선판이라는 데는 동의. 서걱거리는 펜을 좋아하는데, 쥬스업은 서걱거리지만 상당히 부드럽다. 부드럽게 서걱거린다면 언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사용해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꽤나 좋아하는 펜. 단점은 멀티펜이 없다는 점. 스타일핏을 영어 논문이나 책을 읽을 때 사용한다면, 쥬스업은 한국어 책이나 논문 읽을 때 애용하고 있다. 만족스러워서 멀티펜을 기대하는 중.

단점은 하이테크C처럼 물번짐이 심하다고... 이건 치명적 약점. 이걸 필기감이 극복하긴 하지만 그래도 망설이게 하는 측면...


#3
가장 최근 애정하려고 노력하는 펜은 블렌. 이 아이, 예쁘다. 디자인이 예쁘다. 필기 진동 제어 기능으로 스트레스 없이 글씨를 쓸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단색펜만 나왔을 때부터 맘에 들어 종종 사용했다. 최근 멀티펜을 발견하고 역시 애용하고 있다. 치명적 단점은 필기감이 부드럽다는 것. 얼음 위에서 미끄러진다 싶을 정도로 많이 부드러움. 부드러운 펜을 선호한다면 만족하겠지만 서걱거리는 펜을 선호하는 나에게는 꽤 불편. 책에 메모를 남길 때 서걱거리며 잡아주는 느낌 없이 부드러워서 오히려 필기에 스트레스가 생기고 글씨가 더 엉망이 되는 느낌. 펜 굵기가 0.5가 가장 가늘어서 이것도 불편. 0.28이나 0.3을 선호하는 나에게는 지나치게 굵은 편. 하지만 펜 디자인이 모든 단점을 상쇄한달까... 크크크 예쁜데 단점이 분명해서 주로 회의나 간단하게 메모할 때 사용.


+ 멀티펜을 좋아하는 이유는 영어 논문을 읽을 때 모르는 단어의 뜻을 쓸 때 사용하는 색깔, 문장이나 문단의 뜻을 번역하거나 정리할 때 사용하는 색깔, 나의 아이디어와 고민을 쓸 때 사용하는 색깔 - 이렇게 구분해서 사용하기 때문. 그래서 최소한 세 가지 색깔이 필요.

+ 이제는 펜으로 글을 쓰지 않고 노브툭으로 글을 쓰는데도 펜을 모으고 새로운 펜을 시도는 나란 인간... 어째서인지 펜은 사랑이야...


2021/08/08 14:49 2021/08/08 14:49
라디오에 오랜 로망 혹은 애정은 결국 라디오를 사게 한다. 라디오를 샀다. 예쁘고 레트로나 앤틱 감성의 디자인이 많이 있지만 그런 것을 사지는 않았다. '1980년대에 산 걸 집에 쟁여뒀다가 꺼냈냐?'라는 반응이 나올 것 같은 디자인으로 샀다. 이런저런 매력이 있지만 가장 큰 매력은 버튼 식이 아니라 다이얼 식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주파수를 잡을 때 0.001mm를 이동하는 느낌으로 가장 깨끗한 소리를 찾으려는 노력을 할 때가 있는데, 이 느낌은 오직 다이얼로만 가능하다. 그리고 이 라디오의 가장 큰 장점. 주파수를 찾기 위해 숫자가 적혀 있는데, 그 숫자가 미묘하게 안 맞다. 숫자에 맞춰 주파수를 잡으면 다른 방송이 나오고 좀 다르게 조정해야 찾는 주파수의 방송이 나온다. 딱 이런 걸 원했다. 크크크


2021/08/07 17:19 2021/08/07 17:19
어릴 때부터 라디오를 들었다. 어째서인지 집에 라디오가 있었고 작동법을 모를 때는 그냥 기기를 가지고 놀았고, 작동법을 배운 뒤로는 무언가를 들었다. 집에 하나 있는 라디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나 뿐이었고 그래서 라디오로 무언가를 들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언젠가는 아주 짧은 시간이나마 ㅂㅎ 전파가 잡힌 적도 있어(당시 부산에 살았다) 깜짝 놀라기도 했는데, 매우 짧은 찰나였고 다시 잡히는 일은 없었다.

독립해서 서울 생활을 시작하며 라디오는 특히 소중했다.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서울에서 내가 말을 걸고 내게 말을 거는 소리는 라디오 뿐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라디오 소리가 들렸고, 수업 끝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나를 맞는 것도 라디오 뿐이었다. 어느 날은 이소라의 목소리로 마이클 잭슨의 you are not alone을 들으며 울음을 참기도 했다. 텅빈 방에 울려 퍼지는 라디오 소리는 무언가 말을 거는 느낌이었고 그 느낌으로 시간을 견뎌왔다.

그런 시절도 있다. 아침 6시에 하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듣기 위해 일부러 아침 6시에 일어나기도 했고, 오후에 출근하는 시절에는 여성시대를 챙겨 듣기도 했다. 정선희의 정오의 희망곡을 즐겨 듣던 시절에는, 정희를 들으며 오랜 우울이 괜찮아졌다는 말에 공감하기도 했다. 게시판에 사연을 쓰면 선물을 준다는 말에, 그냥 선물 주세요 했더니 선물이 도착해서 놀라기도 했다. 이소라의 음악도시, 유희열의 음악도시는 밤이면 그냥 흐르는 음악이기도 했다.

그렇게 라디오를 좋아하던 시절이 지나 어느날 문득 생각해보니 라디오를 듣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왔다. 그것은 이미 다양한 매체가 존재하고, 그 중에서도 유튜브가 주류 매체가 된 시기이기도 하다. 이제 유튜브에서 라디오를 찾아 듣기 시작했다. 진행자의 표정, 게스트의 표정을 확인하며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전에는 라디오 진행자의 모습을 확인하는 일은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하는 특별한 날의 특별한 행사였지만, 요즘의 라디오는 대부분 유튜브로 실시간 스트리밍을 하고 있고, 실시간이 아니어도 나중에 전체 방송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라디오일까 유튜브일까. 유튜브로 라디오를 듣고, 유튜브로 음악을 듣고 하는 사이에 나는 종종 라디오가 사고 싶었다. 찾아보면 여전히 많은 라디오 기기를 판매하고 있다. 세련되고 멋진 디자인의 기기도 있고, 다양한 오디오 기능에 라디오도 가능한 기기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냥 라디오만 들을 수 있는 기기를 찾았고, led 화면이 있는 제품이 아니라 다이얼로 조작하는 기기면 좋겠다 싶었다.

스마트폰이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데 왜 라디오를 찾을까.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오래된 추억을 꺼내는 일일 수도 있고, 어떤 피곤함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종종 라디오 기기를 검색한다. 그냥 그것이 주는 편안함일지도 모른다. 이유가 무엇이건 라디오 기기를 찾고 있다. 촌스러워도 가장 단순한 스타일로...

2021/08/04 19:24 2021/08/0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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