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2011년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아마 그 즈음부터 사용한 구글 플레이 뮤직이 종료되었다. 이미 몇 달 된 일이다.

얼추 10년 가까이 사용하던 서비스였다. 지니 같은 사이트에서 구입하고 CD에서 직접 추출한 음원만 2만 곡 가량이라 다른 음악 서비스를 사용할 일이 없을 줄 알았다. 폰을 바꾸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일 중 하나가 구글뮤직의 작동 여부일 정도로 좋아했다. 그런데 서비스를 종료했다. 서비스를 종료할 즈음부터 구글뮤직은 "오랜 습관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문구를 띄웠다. 그리고 나는 무료 음악 서비스에서 유료 서비스인 유튜브뮤직으로 갈아 탔다.

유튜브 뮤직은 구글 뮤직과 달랐고 지니와도 달랐다. 뭔가 낯설었다. 그래서 재밌었다. 새로운 서비스를 이용하는 재미는 여전하다. 장점도 확실하다. 개인정보를 가져가는 만큼, 추천해주는 음악 수준이 좋다. 내 취향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알려준다. 덕분에 새로운 음악을 많이 알게 되어 기뻐하고 있다. 지금까지 구입하려고 애쓰고 애썼지만 못 구하기도 했던 음원이 유튜브뮤직엔 이미 가득하다. 내가 왜 그토록 음원을 찾고 CD를 구입했나 싶을 정도로 다 있다.

단점도 분명하다. 내가 좋아하는 앨범 중 없는 경우가 많다. 저작권 문제겠지만 즐겨 듣는 음악 중 유튜브뮤직에 없는 음원이 적잖아 아쉽다. 더 큰 단점은, 구글플레이뮤직에서 유튜브뮤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하는데 사실상 전환이 안 된다. 처음엔 전환이 아예 안 된 줄 알았다. 전환을 완료했다고 표시가 떴지만 아무리 확인해도 유튜브뮤직엔 구글뮤직에 저장해둔 음원이 없었다. 나중에 알았다. VPN을 통해 미국으로 위치를 바꾸니 그제야 나타났다. 구글뮤직은 한국에서 정식으로 서비스를 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억울한데 억울해 하면 안 되는 일 같다. 한 며칠 진지하게 VPN을 구입할까 했지만 지금은 그냥 사용하고 있다. 아쉬운 대로 국내음원은 지니뮤직으로 보충할 수 있는데 외국 인디음악 음원은 보충할 방법이 없다.



02
롯데리아에서 비건 버거가 두 종류가 나왔다. 나온지 오래되었다. 둘 다 먹어봤다.

미라클 버거는 일년에 한 번 먹으면 족한 맛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사먹다가 사무실 이사를 하느라 이틀 연속 점심으로 먹었는데 토할 뻔 했다. 그래서 두번째 날은 반만 먹다 못 먹었다. 그 이후로 미라클 버거는 먹을 엄두가 안 난다.

스위트 어쓰 어썸 버거는 미라클 버거보다는 좀 낫다. 물론 한 번 밖에 안 먹었지만, 미라클 버거 특유의 이상한 단맛과 느끼한 맛이 좀 덜 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좀 낫지만 두 번 먹지는 않았다.

이 집은 감자튀김을 잘 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03
놀다보면 계속 놀게 되고 책 읽는 법을 잃어버린다.





2020/12/19 19:22 2020/12/19 19:22
아파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아픈 부위는 괜찮은데 약 때문인지 온 몸이 다 아프다. 계속 침대에 누워만 있고 잠만 잔다. 낮에 계속 자서 그런지 밤에는 잠을 들기가 쉽지 않다. 시간은 새벽으로 가는데 잠드는 방법을 모르겠다. 아침이 오고 다시 약을 먹고 낮에 계속 존다. 약을 안 먹으면 좀 괜찮을까.

아프니 집이 더 텅빈 느낌이다.


2020/12/19 18:59 2020/12/19 18:59
ㅂㅇㅅ의 유고를 들었을 때 화가 났다. 그에게 있어 정치적 책임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어떤 책임 의식을 갖고 있었을까? 성폭력 가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모르지 않을 그가 피해자에게 사과 한 마디 없이 자살했다. 이것은 결국 피해자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킬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에게 피해자는 안중에 있었을까, 아님 그에게는 그의 대권 가도가 방해받았다는 분노만 있었을까? 그래서 화가 났다. 그는 항상 인권을 주장했고 인권 변호사 출신임을 강조했지만 그가 주장하는 인권은 무엇인가? 2014년 서울시민인권헌장을 제정하겠다고 공표하며 인권서울을 표방했지만 결국 헌장 제정을 취소했고 개신교 목사들에게 논란을 일으켜 죄송하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당신에게 인권은 무엇인가? 성희롱, 성추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되었을 때 그는 사건에 대한 언급 없이 자살했다. 그리고 피해자는 엄청나게 많은, 새로운 피해를 겪고 있다. 그가 이렇게 될 것을 몰랐을까? 그에게 인권이란 무엇이고, 누가 인간의 범주에 포함되어 있었을까?

그런데 이런 감정의 흐름 속에서, H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로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젠더 감수성 혹은 페미니스트 되기는 어떤 완성의 단계가 있을까? 처음 페미니즘을 접할 때 초보 페미니스트로서 이런 저런 공부를 하고 끊임없이 새롭게 배우려고 한다. 내가 몰랐던 세상을 새롭게 배우는 과정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처음 페미니즘을 배울 때면 모든 것이 새롭지만 항상 자신이 없고 내가 잘 고민하고 있는지, 제대로 공부를 하고 있는지 걱정을 한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고 확인받고 싶다. 특강 같은 자리에 참가하면, 질문 거리 한 가득을 안고도 질문을 하지 못 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확인받고 싶지만, 혹시 내가 너무 심한 헛소리를 하면 어떡하지, 나의 멍청한 말로 다른 사람이 상처를 받으면 어떡하지, 나의 헛소리로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중요한 시간을 낭비시키면 어떡하지...

그럼 초보 페미니스트가 만렙을 찍는 시기는 언제일까? 모든 사건을 올바로 잘 판단할 수 있는 시기는 언제일까? 10년을 공부하면 페미니스트 고렙에 오를 수 있고 20년 정도 지나면 만렙을 찍을 수 있을까?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세상의 순리를 깨닫고 어떤 잘못도 없는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을까?

다르게 말해서, 다른 배움 없이, 새로운 조심스러움 없이 항상 옳은 만렙 페미니스트라는 위치에 다다르는 일은 가능할까? 페미니스트는 완성의 경지가 있는 정치학일까? 당연한 말이지만, 하나마나한 소리지만, 그런 경지는 없다. 페미니스트는 완성형 위치가 아니라 꾸준히,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정치학이다. 그렇기에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일은 이미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스스로를 계속해서 새롭게 의심할 수 있는 삶의 태도를 갖는 일이다. 내가 옳다고 믿는 일을 다시 한 번 의심하는 것은 물론, 나 자신의 행동을 계속해서 살펴야 한다.

나 자신의 태도를 계속해서 살펴야 한다는 말은, 오랜 시간 페미니스트로 활동한 내가 타인에게 어떤 식의 폭력적 가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시에는 젠더 특보가 있다. 젠더와 관련한 별도의 특보가 있다는 것은 젠더 의제를 챙기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며 서울시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방향성으로 설정하겠다는 뜻일테다(물론 이때 젠더는 이원 젠더 체제에 국한되겠지만 없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 그럼 젠더 특보를 만들 정도의 의지가 있는 시장은 젠더 의제와 관련해서 더이상 새롭게 고민할 필요도 없고 이미 완성된 상태의 감수성과 의식을 가진 사람일까? 한국 최초의 성희성 사건에서 피해자의 변호사로 활동했으니 그의 어떤 행동도 성희롱, 성폭력이 될 수 없는 것일까? 이미 그것이 무엇인지 다 아는데 성희롱, 성폭력을 할 리 만무한 사람인가? 비단 ㅂㅇㅅ만이 아니다.

오래 활동한 인권/페미니스트 활동가의 감수성은 이제 막 시작한 활동가의 감수성보다 더 뛰어날까? 새롭게 활동하는 사람에게 오래된 활동가의 목소리 톤이나 태도 등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은 사안일까? 오래 활동한 활동가나 오랜 시간 공부하여 더 유명한 페미니스트는 자신의 언설이 새롭게 공부하는 페미니스트에 비해 더 큰 힘을 갖는다는 사실을 고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오래되었건, 유명세건 이런 것이 주는 권력을 고민하지 않고 나는 이미 만렙 페미니스트라고 자만해버리는 순간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사건에 대해 계속 고민하며, 한편으로는 ㅂㅇㅅ과 그를 지지하는 집단의 책임 없음, 폭력성 등에 분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어떤 형태로건 권력을 가진 페미니스트/활동가는 자신의 태도를, 언설을 고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오해는 하지 말자. 어떤 잘못도 하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다. 잘못을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잘못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다. 나는 오랫 동안, 그 자체로 혐오 폭력이나 혐오 발언은 존재하지 않으며 사건 발생 이후의 태도에 따라 혐오 폭력이 될 수도 있고 대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해왔다. 누군가는 트랜스가 이상한 변태라고 말할 수 있다. 몰라서,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아서, 트랜스와 관련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 위치여서, 다른 많은 이유로 이상한 말을 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상처를 주는 말이라는 식의 비판에 직면하고 나서다. 자신의 발언이 잘못되었다고 인정하고 자신의 무지를 반성하고 새롭게 배우겠다는 태도를 취한다면 이것은 새로운 대화의 계기가 되고 더 친해지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잘못한 것 없다고, 적반하장 식으로 상대방을 비난할 때 그 발언은 정말로 혐오 폭력, 혐오 발화가 되고 심각한 사건이 된다. 성폭력 전문가도 어떤 개별 관계에서는 성추행을 할 수 있고 성적 괴롭힘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그 태도에 문제제기를 할 때 내가 전문가인데라는 식으로, 피해자 유발론을 말하거나 피해자를 비난하는 식으로 반응한다면 이것은 다른 경우보다 더 심각한 범죄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이미 완성된 만렙 페미니스트는 없다. 이미 모든 행동이 면책될 수 있는 존재는 없고, 어떤 형태로건 권력을 가진 자라면 자신의 행동을 더더욱 살펴야 한다. 사람은 다면적인 존재라고 해서 그의 행동에 대한 책임이 면책되지는 않는다. 중요한 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치적 책임이다.


*이 고민을 할 수 있게 이야기를 나눈 H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2020/07/21 18:48 2020/07/21 18:48
open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