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요일 저녁의 쓸쓸한 시간에 나의 고양이는 나를 삼각 마방진을 치듯 둘러 앉아 있다. 한 아이는 노트북 옆에 들러 붙어 노곤하게 잠을 잔다. 한 아이는 책상 건너편에 발도리를 했다가 식뻥을 굽다가 하며 지긋이 나를 바라본다. 또 한 아이는 뒤에서 계속 사고를 친다. 세 고양이가 계속 어울리고 따로 있고 놀고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한 고양이가 우울증에 걸리지는 않겠다는 상념에 빠진다. 한 고양이가 좀 쉬려고 누우면 다른 고양이가 괴롭히다 싸움이 난다. 한 고양이가 혼자 어디선가 누워 있으면 다른 고양이가 그 옆에 누워 같이 잔다. 한 고양이는 항상 내 옆에 있어 준다. 그것이 보리일 때도 있고, 귀리일 때도 있고, 퀴노아일 때도 있지만. 나의 쓸쓸한 날에 나의 고양이는 어디선가 부산을 떨고, 어디선가 잠을 자고, 내 옆에서 끼앙끼앙 울면서 쓰다듬으라고 보챈다. 나의 고양이들. 내가 어느날 문득 서둘러 세상을 떠나더라도 나보다 더 오래 오래 살았으면 하는 나의 고양이들. 고양이별에서 나를 기다리기보다 내가 가디리고 싶은 나의 고양이들.

안녕, 나의 소중한 고양이들.


2021/08/29 20:36 2021/08/29 20:36
죽음을 동반한 소식이 들려온 날에 대한 기억은 늘 생생하다.
나의 첫 번째 고양이가 세상을 떠난 날의 기억이 그렇고 별로 친하지 않았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날의 기억도 그렇다. 많은 퀴어 동료나 친구의 갑작스런 부고를 들었던 날도 그렇다.

갑자기 그런 기억 중 하루가 떠오른다. 그날은 정말 너무 맑았고 주변은 경쾌했는데...


2021/08/11 21:34 2021/08/11 21:34
예전에 다녔던 헌책방 중에 하루 종일 라디오를 켜 둔 곳이 있었다. 종일 라디오를 켜두는 곳이야 특별할 것 없다. 그곳이 특이한 이유는, 날짜와 시간은 맞는데 요일은 맞지 않는 라디오 방송을 켜고 있다는 점이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1980년대 어느 1년을 통으로 녹음한 다음 그걸 매해 완전히 동일한 시간으로 맞춰서 켜고 있었다. 그곳의 시간은 1980년대 어느 한 해로 고정되어 있었다. 처음엔 신기했고 나중엔 매력적이었다. 소장하고 있는 헌책은 특별할 것 없었지만 라디오가 특이해서 방문하곤 했다. 이제는 없겠거니 하지만... 가끔 떠오른다.


2021/08/10 20:24 2021/08/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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