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는 왜 성격이 나쁜가가 아니라 채식주의자는 왜 성격이 나빠야만 하는가를 고민한다. 사회적 조건으로 성격이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성격이 나쁜 존재가 되어야만 비로소 채식주의가 실천가능해지는 사회적 조건을 고민한다.

며칠 전 서울시에서 제작한 웹페이지에서 임신한 여성이 출산하러 가기 전 남편의 반찬과 속옷을 준비해야 하고, 가사노동이 좋은 운동이 된다는 "정보글"이 공유되면서 많은 비판이 일었는데, 일부 논평가는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저런 말을 하느냐고 했다(https://news.v.daum.net/v/20210106123451203). 지금이 어떤 시대냐(물론 나는 지금이 어떤 시대인지 모르겠고, 저런 식의 발언이 더 문제라고 고민한다). 예를 들어 페미니스트라고 밝힌 사람 앞에서 마초스러움을 자랑하는 행위가 얼마나 무례한 일인지 '우리'는 안다. 혹은 퀴어라고 밝힌 사람 앞에서 퀴어도 인정한다고 뿌듯한 표정으로 말하며 이성애 연애를 자랑하거나 그런데 언제부터 퀴어라고 생각했느냐는 식의 질문을 하는 것이 얼마나 무례한지를 또한 '우리'는 안다. 그리고 이런 것은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그러느냐'라는 말로 상대방을 비판할 수 있기도 하다. 그럼 채식주의자 앞에서 고기를 먹거나 어제 먹은 고기 음식(반드시 덩어리 고기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떨까? 이것은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라는 말에 해당할까? 오히려 '우리는 채식주의자도 배려한다'며 특별한 자랑스러움을 표현하는 반응을 더 빈번하게 접할 때, 나는 왜 채식주의자는 성격이 나쁜 존재여야 하는가를 고민한다. 유독 채식주의자 앞에서는 자신도 채소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며 기분이 이상해질 때, 채식주의는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고민한다. 왜, 언제부터 채식을 하기 시작했느냐고 마치 당연히 물을 수 있는 것이라는 듯 물을 때, 그것이 어떤 심문처럼 작동할 때, 채식은 어떤 위치에 있는가. 페미니스트 앞에서, 퀴어 앞에서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윤리가 있다면 왜 이 윤리는 채식주의 논의 앞에서 멈추고 작동하지 않는가. 왜 채식은 끊임없이 기호의 문제로, 선호하는 음식 취향의 문제로 수렴되며 그 정치학은 계속 박탈되는가. 혹은 특별히 배려해주는 문제 정도로 인지되고 정확하게 이런 이유로 퀴어/페미니즘의 장에서도 짜증나고 귀찮은 문제로 취급되는가.

채식주의자의 성격이 나쁠 때에만 비로소 채식주의가 취향이나 번잡한 일이 아닌 정치학으로 작동할 때, 채식주의자는 성격이 나빠야만 비로소 채식주의를 실천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한다.

+너무 두서없이 적었나... 일단은 메모만...


2021/01/10 16:51 2021/01/10 16:51
연말, 사무실을 쉬어서 집에서 원고를 쓰다 주전부리가 필요해서 잠시 밖으로 나갔다. 주전부리로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 샐러드가 먹고 싶었다. ㄱ가게는 샐러드가 괜찮은데 지역화폐가 안 되고, ㄴ가게는 지역화폐로 결제할 수 있는데 내가 먹을 마땅한 샐러드가 없다. 어떡하지...

20대 후반이었나 30대 초반이었나... 당시 30대 후반이었던 지인이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했던 말을 오래 기억한다. 30살이 되고 나면 안정감이 생긴다고. 20대까지의 불안한 상태가 30대가 되고 나면 좀 안정감이 생긴다고 했다. 그래서 나이드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래. 나이가 들면 정말 안정감이 생기고 더이상 불안하고 괴로워하지 않으면 좋겠다. 그러길 바란다. 하지만 좋아하는 시인은 나이 들어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어떤 시인은 나이가 들어서도 약에 기대에 살고 있다. 나는 시인이 아니지만, 내 삶도 그리 안정적이지는 않다.

산책을 하며, 불시에 자동차가 나를 덮쳐 비명횡사하는 바람을 간절히 품었다. 밤에 잠들려고 누으면 이대로 숨이 멎어 내일이 없길 바란다. 이대로 깨어나지 않기를. 비명횡사하여 그냥 이 세상에서 사라지길. 간절히 바라고 바라다 붉은 꽃을 피운다.

근래 들어 밤에 잠들지 못하고 있다. 머리 속이 시끄럽다. 너무 시끄럽다. 매일 똑같은 강박적인 생각으로 머리 속이 너무 시끄러워서 새벽 5시가 넘어서야 간신히 지쳐 잠든다. 너무 시끄러워 소리도 치지만 머리 속 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제발.. 시끄럽지 않기를... 제발 좀 그냥 조용하기를... 바라고 바라다가 붉은 꽃을 피운다. 붉은 꽃이 필 때 그제야 간신히 요란한 소리는 조금 잠잠하다. 그래봐야 다시 또 머리 속은 시끄럽다. 잠을 잘 수가 없다.

마땅한 샐러드를 찾지 못해 그냥 편의점에 갔다.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주전부리를 골랐다. 방부제 많은 음식이 몸에 축적되면 불안도, 고통도 썩지 않고 방부되는 것일까.


2020/12/29 21:26 2020/12/29 21:26
동네 한 바퀴를 도는 일은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몸부림이라는 것을 뒷늦게 깨달았다.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잃어버린 시간에  계속 머물다, 어떻게든 하루라도 더 연장해보겠다고 애쓰는 일이 동네 한 바퀴였다.

동네 한 바퀴
또 동네 한 바퀴


2020/12/28 22:33 2020/12/28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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