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연극 공연이 있어 보고 왔다. 이번엔 무대엔 올라가지 않고 의상을 담당했다고 한다. 작년엔 직접 대본을 썼고 올 봄엔 대본과 연출까지 했던 친구이다.

연극을 보며 울고 싶어졌다. 울음이 타고 오르는 것을 느꼈다.

며칠 전, 혹은 꽤나 오래 전부터 울고 싶어졌다. 울음이 몸을 타고 도는데 눈물이 흐르지 않음. 그런 상태로 여러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울음을 터트려 줄 무언가를 기다리면서도, 그냥은 눈물이 흐르지 않은 그런 날들.

연극을 보면서 왈칵, 눈물을 쏟으며 울고 싶어졌다. 사람이 죽어 떠나는 장면에서 왜 울음이 나왔던 것일까. 그 장면은 마냥 슬픈 장면은 아니었는데. 그 장면 때문이 아니라 그 장면을 빌미로 해서 울음을 쏟으려고 했지만 그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장면은 금방 전환했고 조금만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눈에 그렁그렁 고인 눈물.

연극은 좋았다. 연기를 탁월하게 잘 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울고 싶어졌고 눈물이 흘렀고 그래서 좋았다. 이렇게 자극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니까.

연극이 끝나고 나와 비에 젖어 있는 길을 걸으며 이번 주말엔 펑펑 울 수 있는 상황에 빠지리라, 중얼거렸다.
2005/09/09 22:17 2005/09/09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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