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곳에 글을 쓸 때마다, 글의 내용과 형식(이런 식의 구분이 가능하다면)이 모순을 일으키며 충돌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에 시달린다. 글을 통해 비판하는 바로 그러한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 분명 그런 모순 속에 있을 것이다.

이런 불안들이 글쓰기를 힘들게 하지만 그렇다고 글쓰기를 중단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루인에게 1990년대는 소설 그리고/혹은 시를 쓰던 시절이었다. 재능은 없었지만 즐거웠고 미친 듯이 좋아했다. 하지만 서서히 힘들었고 지쳐갔고 어느 순간 막다른 골목에 도달했다는 압박에 시달렸다. 그때가 99년. 결국 모든 걸 불태우고 끝내버렸다.

왜 막다른 골목이 아니라 꺾어진 골목이었음을 몰랐을까.

이후, 다시는, 이렇게 다시 시작할 수 없게 하는 자기 저주를 퍼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다시 글을 쓰고 싶었지만 두 번 다시는 글을 쓰지 못했고 그렇게 잊혀진 기억이 되었다.

힘들어 질수록 더 많은 글을 생산하고 있다. 불안하고 글쓰기가 힘들어질수록 더 열심히 글을 쓰겠다는 다짐. 관계가 불안할수록 더 많은 대화를 통해 소통의 새로운 장으로 들어가듯 글쓰기의 불안이 심해질수록 더 많은 글을 씀으로서 새로운 길로 들어가는 것. 그것은 막다른 골목처럼 보이는 곳이 사실은 꺾어진 골목임을 깨달으려는 몸부림이기도 하다.

여하튼 간에 계속해서 이곳에 쓰는 글들이 불안하다.
2005/11/07 19:50 2005/11/0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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