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뫼비우스 띠와 같다면, 빙빙 돌면서도 여기가 어딘지 궁금하겠지.

한 걸음 내디디면 옆 자리는 낯설게 움직이고 새로운 시간이 몸을 휘감겠지. 한 걸음 옆으로 옮겼을 뿐인데, 여기는 안쪽, 저기는 바깥쪽. 이렇게 얼토당토않은 말 같지만 그렇게 느껴지는 시간의 길을 걸어가고 있어.

한동안 너의 이름이 옆 자리에 놓여 있다고 믿고 살았어. 그 옆자리는 어디일까 묻지도 않고 그냥 옆 자리에서 함께 한숨쉬고 있다고 믿었지. 그러나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너는 어디에도 없고 고개를 돌리고도 한참을 헤매서야 비로소 너는 내가 있는 곳과는 너무도 다른, 반대편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하지만 그 반대편이란 건, 어디가 출발점이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단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말이기도 해.

꼬인 시간을 따라 한 바퀴 돌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지도 모르지만 그렇다면 어디서 시작하는 걸까. 어디서 새로 시작하고 싶은 걸까, 혼자 중얼거리다가, 두 달 차이가 나는 너와 나의 생일, 그 두 달 차이가 엄청난 경험의 차이를 만든다고 말한 너의 말이 떠올랐어. 12월생과 2월생의 경험, 4월생과 6월생의 경험은 어떻게 얼마나 다른 걸까.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너의 말을 중얼거리다가 다시 꼬여버린 시간을 타고 이 자리에 섰는데 이 자리가 아까와 같은 자리인지 다른 자리인지는 모르겠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그냥 너의 이름을 옆에 두는 것만으로도 이별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 휘어진 기억의 선로를 따라가다 보면 매번, 같은 곳에서도 다른 순간들을 만나게 된다는 말이 하고 싶은 걸까. 가을이어서 울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너가 보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참고..

2005/11/01 22:23 2005/11/0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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