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 처음 이태원에 위치한 트랜스젠더 업소 입구 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9년이라는 시간 동안 4번 밖에 안 찍었는데... 올해 찍은 사진을 정리하면서 예전에 촬영한 사진을 살펴보니... 촬영해두길 잘 했다. 많은 업소가 사라지거나 바뀌었다. 올해 촬영하며, 같은 위치에 트랜스 업소가 있어서 같은 곳인 줄 알았는데 2017년에 촬영한 사진을 확인하니 이름이 바뀌었다. 사라진 곳도 있고 위치를 옮긴 곳도 있다. 그 와중에 가장 유명한 트랜스젠더 업소의 간판은 "전통 트랜스 쇼 클럽"이라는 설명으로 바뀌었다. 트랜스젠더 업소가 늘어나고 있으니 추가한 것이지 않을까 싶다. 아닐 수도 있다. 사진 촬영만으로는 알 수 없는 정보다.

며칠 전 이룸에서 진행하는 영화제에 참가했다가, 많은 성판매 업소가 문을 닫으면 트랜스젠더 업소로 바뀐다는 말을 들었다. 실제 예전에 비해 트랜스 업소가 많이 늘었다. 사라진 곳도 있지만, 골목 골목으로 트랜스 업소가 늘어났다. 예전에는 성판매 업소였던 자리다. 이번에 촬영하며 많은 성판매 업소가 간판은 남아 있지만 폐업한 곳도 많았다. 예전엔 트랜스 업소만 촬영했다면 이번엔 성판매 업소도 같이 촬영했다. 그래야겠다는 판단을 했다. 나아가 이태원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러 골목을 촬영했다. 이렇게 촬영해도 부족하다.

촬영하던 와중에 건축폐기물을 수거하는 업체 사장님이 어디서 나왔냐고 나에게 물었다. 어디서 지원 받아서 나왔으면 좋았을까? 나 좋아서 하는 작업인데 누가 지원해주면 좋을까? 물론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

촬영을 하며 늘 그 결과물이 불만이다. 어떻게 하면 내가 보고 있는 그 모습을 잘 살릴 수 있을까?

다른 한편으로 이런 식으로 촬영하는 것이 괜찮은 일일까? 나는 기록이라고 주장하지만 누군가에게 이것은 불쾌함일 수 있다. 고민이다. 지금은 어디에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일말의 변명을 한다고 해도, 여전히 고민이 된다. 지금은 비공개로 소장하고 있고 퀴어락에 기증해서 등록한다고 해도 당분간 비공개 사진으로 관리하겠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고민이다. 기록의 윤리란 무엇일까?


2019/11/13 17:03 2019/11/13 17:03
전시회 기간 동안 힘들다는 생각을 안 했는데 끝나고 나니 어쩐지 온 몸이 어슬어슬하고 몸살 기운이 온다(몸살약 사먹어야겠다). 피곤하고 온 몸이 나른하고 삭신이 쑤신다. 다행이라면 다음주는 일주일간 휴가고 별다른 일정이 없다. 그나마 있다면 그 다음주부터 시작할 말과활 강좌 준비 정도? 문화비평 수업은 처음이라 걱정이 크다. 잘 할 수 있을까?

어쨌거나 한동안 좀 쉬어야겠다. 물론 쉴 시간이 없고 계속 강의 준비를 해야하지만...
h와 이야기를 했는데 공부를 하는 사람은 언제 쉬는가? 출근하고 퇴그나면 새롭게 출근을 한다. 방학을 하면 새롭게 공부를 한다. 쉬는 시간이란 무엇일까? 언제 쉴까? 언제 마음 편하게 쉴 수 있을까?

그래도 h의 방학이 오면 h와 프라이빗 온천이나 그와 비슷한 곳에 가서 쉬고 싶다.

2019/11/08 17:51 2019/11/08 17:51
한달 정도로 퀴어락 전시회(이강승, 권진 기획, apexart 후원)가 끝났다. 여러 많은 복잡한 고민이 생겼지만 여기는 쓰기 어려울 것 같다.

대신, 퀴어락 전시회를 하며 이태원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라는 고민이 깊어졌다.

2011년부터 올해 촬영을 추가하면, 이태원에 위치한 트랜스 업소를 촬영한 사진이 4년치가 쌓인다. 꾸준히 촬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시간이 쌓이니 이것도 기록이 되었다. 2011년의 이태원과 2019년의 이태원은 다르다. 많은 트랜스 업소가 문을 닫고 새로 문을 열고 있다. 그럼 이 풍경을 어떻게 기록할 수 있을까?

2010년부터 3년간 이태원에서 살았다. 이태원에 이사갈 때 부동산에서는 내가 재개발로 이사비를 받으며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태원 재개발은 오래 말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진행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언제든 시작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그럼 그 과정에서 이태원에 있는 트랜스 업소와 게이바는 어떻게 될까? 한국에서 이태원 같은 트랜스 업소 밀집 지역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태원이 재개발되고 트랜스 업소가 모두 문을 닫아야 할 때, 지금 있는 업소들은 어디로 가고 그곳에서 일하는 트랜스들은 어디로 갈까? 그리고 이태원의 분위기가 좋아 이태원에 살고 있는 트랜스는 또 어디로 갈까? 60년에 가까운 이태원과 트랜스의 역사가 사라질 때, 그럼 이 상황을 어떻게 기록해야할까?

2011년부터 업소 입구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물론 폰의 카메라로 촬영하고 내가 사진을 배운 적 없어 구도와 장면 등 많은 것이 엉성하다. 그럼에도 무엇이라도 남기고 싶어 촬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태원 트랜스의 역사와 현재를 기록하는 일은 업소 촬영만으로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태원 트랜스의 역사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h와 종종, 우리 본격적으로 이태원 트랜스 기록 프로젝트를 진행하자는 이야기를 나눈다. 불충분하더라도 이 기록으로 전시회를 진행하자는 말도 나누고 있다. 트랜스 업소 내부 사진 촬영, 일하는 분들의 목소리를 담는 영상 촬영, 이태원에 대한 기억과 경험을 담는 구술 기록 등 이 작업들을 어떻게 진행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역사를 어떻게 전시-기록할 수 있을까?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은 어떤 기억과 삶과 목소리 등을 어떻게 기록할 수 있을까? 이태원 재개발이 취소되고 그래서 이태원과 트랜스의 관계가 지속된다고 해도, 지금의 모습을 어떻게 기록하고 그래서 소중한 하나의 역사로 남길 수 있을까?

다시 이태원으로 이사를 가야할까?


2019/11/04 21:33 2019/11/0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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