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먹고 싶은 것이 눈앞에 왔다 갔다 하는데 그 중에 몇 가지는...자장면이라든가 피자 같은 것이다. 뭐, 모르는 사람이라면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겠지만 그것이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루인은 채식주의자vegan이기 때문. (비건이라서 안 먹는 것은 아니다. 종종 비건vegan/채식주의자를 금욕생활자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먹고 싶다는 욕망은 슬금슬금 몸을 타고 도는데 그렇다고 정말 먹고 싶은 것은 아니다. (일테면 최근 우연히 순대 냄새를 맡고 토할 뻔 했다.) 피자가 먹고 싶은 것은 피자라기보다는 뭔가 느끼한 것이 먹고 싶은 것이고 자장면이 먹고 싶은 것은...흠...모르겠다-_-;;

어쩌면 이렇게 먹고 싶다고 떠올리고 있는 건, 그 음식이라기보다는 다른 무언가에 대한 불만/억압의 변형된 형태인지도 모른다. 요즘 워낙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아 그것이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일종의 히스테리. 스트레스와 다른 억압을 스스로가 받아들일 수가 없거나 몸이 말 할 수가 없어 이렇게 먹지 않는 것을 먹고 싶다는 형태로 발생한 욕망.

암튼 요즘 뭔가 별난 것을 먹고 싶어 하고 있다.
2005/10/05 20:59 2005/10/05 20:59
태양빛이 아프게 눈을 찔렀다.
이런 태양빛을 보고 있으면 실명하고 싶어진다.
하얗게 멀어버린 눈.
그래, <눈먼 자들의 도시>를 떠올리고 있다.
하얗게 실명하면 어떤 느낌일까.

태양빛에 아파 눈을 감으면 세상은 붉게 타오른다. 내 안엔 부스러져 가는 재가 쌓여 있다.
2005/10/04 19:22 2005/10/04 19:22
흔한 경우(겠)지만, 어느 하나에 중독 되거나 미치는 경향이 있다. 어느 한 시절엔 다 읽지도 못할 책을 끊임없이 사 모았고 어떤 시절엔 돈이 생길 때 마다 CD를 사 모았다. 대체로 이런 날들의 반복이었다.

어느 하나에 미치지 않고선 하루하루를 견딜 수가 없(었)다. 생활이 붕 떠버린 듯 불안해서 당시의 그 무엇에 몰두했고 그렇게 해서 그 시절을 견디곤 했다. 그랬기에 그 무엇은 어쩌면 '그 자체'라기 보다는 불안의 투사projection들인지도 모른다. (이런 불안의 투사가 매니아를 만드는 걸까.)

요즘 들어 일본TV판 애니메이션에 빠져있다. 동영상엔 예전부터 빠져있었다. 자주 보든 아니든 끊임없이 나스타샤와 함께 만났고 그 흔적들이 玄牝에 남아있다. 하지만 지금은 유독 심한 편인데 다른 생활을 제쳐둘 정도라는 것. 이제껏 나스타샤를 켜 두고 밖엘 나간 적이 없었는데 새로운 애니메이션과 만나기 위해 학교에 갈 때도 나스타샤를 켜 둔다거나 주말 혹은 밖에 나가지 않는 날엔 낮에도 나스타샤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만나는 상황이다. 어느 정도냐면 최근 2주 사이에 공CD를 300장 샀다면 말 다한 것일까.

마냥 나쁜 것은 아니다. 어제까지 이틀에 걸쳐 본 한 애니메이션을 통해선 이성애주의에 대한 흥미로운 몸앓이를 끌어낼 수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다른 텍스트를 읽을 시간마저 모두 애니메이션과 만난다면 다소 문제가 있다 랄까. 뭐, 내일 수업에 쓸 커리를 아직 읽지 않았다는 것과 어쩌면 내일까지 제출해야할 지도 모를 숙제를 손도 대지 않았다는 것이 당장 발등의 불이라면 불이다. 그러면서도 지금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볼까 갈등 중이다. (심히 걱정된다-_-)
2005/10/03 18:25 2005/10/0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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