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공부를 하겠다고 깝쳤지만 공부도 제대로 못 하고 뭣도 아니고 그냥 쪼무래기 쪼렙에 불과한 내가 체감할 수 있게 얻은 것은 다음의 세 가지다.

만성 두통과 이런 저런 다양한 병
어마하게 많은 빚과 은행에서 (새롭게 또)대출해야 하나라는 고민
고질병으로 바뀐 허리 근육통

글 쓰는 일, 공부하는 일은 어마한 노동인데 이것을 마치 고상하거나 우아하거나 폼 나는 일로 묘사하고 명예나 돈이 되는 일로 묘사하는 태도 혹은 그러한 인식을 보면 진짜 빡친다. 나는 쪼무래기 쪼렙이라 공부도 글도 제대로 쓴 적 없고 그냥 공부하겠다고 깝치기만 할 뿐인 인간인데도 이런데, 진짜 사유를 하고 고민하고 공부하는 분들은 어떨까 상상도 못 하겠고 진짜 많이 걱정된다.


2018/01/22 19:43 2018/01/22 19:43
종종.. 내가 이미 10년 전에 혹은 7~8년 전에 논의하고 출판도 한 내용을 마치 지금 처음 누군가의 아이디어인 것처럼 등장하는 것을 볼 때마다 복잡한 기분에 빠진다. 물론 어차피 많은 논의는 마치 지금 처음 나타난 것처럼 등장하는 측면이 있다. 모든 사람이 모든 타인의 논의를 다 검토할 수 없고 나 역시 이런 어려움에 처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미 10년 전에 비판한 내용을, 마치 '내가 이런 말을 했으니 너희들은 이제 그것을 반박하는 논의를 할 것이다'라는 태도로 말할 때, 확실히 이상하고 복잡한 기분에 빠진다.

여기서 오해를 하면 곤란한 지점은, 마치 내가 이렇게 잘났다는 뜻이 아니다. 이미 오래 전 많은 사람이 논의를 하고 비판을 하고 논쟁을 하고 반박을 하고 토론을 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축적한 어떤 사유와 성찰이 있는데 마치 그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대하는 태도의 오만함과 반지성주의, 그리고 반페미니즘적 태도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왜 페미니즘과 퀴어 연구와 트랜스 연구의 지식과 인식, 논의는 역사가 없고 이전 연구가 없는 것처럼 회자될까. 앞서 내가 10년 전에 이미 했다는 어떤 논의는, 내가 그 논의를 하기 20년 전부터 했던 아이디어를 나의 방식으로 변형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시점에서, 이른바 한 세대라고 불릴 법한 세월 동안 관련 논의가 어마하게 진행되었고 축적되어 있다. 그런데 마치 그런 논의가 없었던 것처럼 말할 때, 그것도 페미니스트를 자처하고 관련 논의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때 정말 당혹스럽다. 바로 그 태도가 페미니즘을 무시하고 폄하하는 태도 아닌가? 물론 이런 염려는 나 같은 쪼무래기나 하는 것일 수도 있다.

... 아마도 이 글에서, 어떤 구체적 사건을 정확하게 언급한다면 이 글은 무척 수월하게 이해되겠지만.. 그것이 특정 한두 명만 지칭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
공부를 하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내'가 열심히 고심해서 정리한 아이디어는 이미 다른 어디선가 누군가 멋지게 다 해뒀다는 점이다. 그래서 종종 나는 뭔가 새로운 글을 쓸 게 아니라 끝내주는 논문을 추천만 하는 것으로 충분한 게 아닐까란 고민을 한다. 물론 그 논문도 이미 다른 누군가가 먼저 읽었을 테니까 이마저도 불필요하겠지만..


2017/12/29 06:04 2017/12/29 06:04
논문 쓰려고 자료를 찾다보니... 트위터와 페이스북 시작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허허허...

2017/12/27 20:18 2017/12/2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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