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책에서 알바를 하고 왔다. 오후에 연락이 왔을 때만 해도, 주말에 시간이 되느냐는 전화려니 했는데 오늘 저녁에 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잖아도 요 며칠 전부터 돈 벌 궁리를 하고 있어서, 전화가 유난히 반가웠다. (몇 달 전부터, '아주 굶어 죽으란 법은 없구나'란 인생을 살고 있다. 흐흐 -_-;;) 내일 저녁에도 하기로 했고, 어쩌면 목요일 저녁에도 한다. 사흘 간 알바를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사흘 동안 자리를 비운다는 게 그 사람에게 어떤 일이 생겼다는 걸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렇잖아도 숨책에 갈 일이 있었는데, 알바하러 간 김에 책도 두 권 샀다. 수잔 브라이슨의 [이야기해 그리고 다시 살아나]와 네이폴의 소설 [흉내]. [이야기해 그리고 다시 살아나]는 책이 출판된 당시부터 사야지 하면서도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 있어서 망설임 없이 골랐다. 하지만 언제 읽을까? 아주아주 나중에 읽을 것 같다. 네이폴의 [흉내]는, 사실, 네이폴이란 작가 자체를 잘 모른다. 이름은 귀 설지 않은데 누군지 모르겠다. 그저, 책날개에 적혀 있는


…지난 세월의 혼돈을 기억하고 응시하는 한 식민지 지식인의 내면을 촘촘하게 따라간다. 주인공의 그 쓸쓸한 돌이킴 속에는 '진짜'가 되기 위해 '진짜인 척'하고 살아온 지난 시간들이 사실은 겉보기의 중심을 흉내 낸 맹목에 지나지 않았다는 섬뜩한 자기반성이 차갑게 가라앉아 있다.


란 구절을 읽고, 사지 않을 수 없었달까. 제대로 모르면서도 마치 알고 있는 것처럼 하는 행동, 트랜스도 아니고 전환/이행(transition)의 경험도 없는 "태어날 때부터 여성(혹은 남성)"이었다란 식의 서사, "패싱passing" 등이 동시에 떠올라, 이 책을 골랐다.


석사논문 주제도 이런 고민과 겹치는 부분이 없지 않고. 지난 몇 달 전보다는 좀 더 구체적으로 주제가 다가오고 있다. 그땐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정확하게 모르고 있었다면, 지금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대충 알 것 같다. 두 개의 주제를 하나로 엮어갈 텐데, 그중 하나는 많진 않아도 몇몇 참고 문헌을 찾아둔 상태고 그 중 일부는 이미 한 번 읽었다. 문제는 다른 주제와 관련해서 당장 떠오르는 참고문헌이 전혀 없다는 거… lllon_ 간단하게 언급한 논문은 하나 있지만, 이와 관련해서 유용한 아이디어를 얻을 만한 논문이나 책을 모르고 있는 상태다. 흑흑. (아, 방금 아이디어를 줄 만한 글이 몇 개 떠오르긴 했다. 힛. -_-;;;)


사실, 며칠 전에 몇몇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주제를 얘기했더니, 다들 좋아는 하는데, "박사논문 쓰려고?"라는 반응도 있어서 살짝 당황했다. 정작 루인은 A4지로 10페이지 분량이면 충분할 내용이면 어쩌나 걱정을 하고 있었다. 아무려나, 어떻게 되겠지, 뭐. 흐흐.


어쨌든 며칠 알바를 하면, 생활비도 벌고 영화비도 번다!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랑 [카모메 식당] 읽으러 가야지. 후후.
2007/08/07 22:09 2007/08/07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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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08 15: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Naipaul의 The Mimic Men인가 봐요 ^^ 몇 년 전, 제국주의와 영소설인가, 뭐 그런 대학원 수업에서 읽었던 책인데, 읽을만 했지만 우울해서 다시 읽고 싶지는 않았던 소설로 기억돼요;; 어쩐지 일제 식민 통치 직후의 우리나라가 연상되는 그런 우울함이랄까요. 그래도 쓸거리는 많았던 소설이었던 것 같아요.

    즐겁게 읽으면서 공부용으로도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이 소설은 제겐 후자이기만 했었다는..ㅋㅋ
    • 루인  2007/08/09 13:02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오, 그 책 맞아요. 흐흐.
      일단, 읽을만 하다는 쌘님의 말에 안도하고 있달까요... 흐흐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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