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람이 많이 불고 있다는 걸 느끼는 건, 연구실이 시원해서만은 아니다. 사무실 문이 바람에 왔다 갔다 해서만도 아니다. 루인 책상의 책장에 끼워 둔 무지개깃발이 펄럭여서만도 아니고. 예전에 쓴 적이 있는 사무실 창문 너머의 풍경 덕분이다. 바람이 불면, 사무실 창문 너머에 있는 작은 언덕의 울창한 나무들, 나뭇가지들, 나뭇잎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내는 소리, 바람과 나무-나뭇가지-나뭇잎들이 서로 몸 부비는 소리가, 조금은 무시무시하면서도 시원하고 즐겁게 들리기 때문이다. 길을 걸을 때의 바람은 머리카락을 통해 느끼지만, 연구실에 있을 때면 바람-나무의 소리로 느낀다. 이럴 때면, 이렇게 바람-나무의 소리를 눈을 감고 듣노라면, 지금 여기가 서울의 도심이 아니라 어릴 적 모계/부계 할머니 댁에 놀러간 날의 어두운 밤과 같다. 시골집 뒷산의 나무-바람 소리, 뒤뜰의 대나무-바람 소리가 떠오른다.
2007/07/10 18:32 2007/07/1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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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가 우는 연구실 Tracked from Run To 루인 2007/07/10 18:33  delete
  1. 아옹  2007/07/10 19: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뒤뜰의 대나무숲에 대한 기억이 있어요. 대나무숲만의 고유한 소리가 있어요. :) 소리의 입자(?)가 굵은 느낌이랄까요 ㅎㅎ
    바람이 분다 라는 제목을 보고 먼저 연상된 것은 '이소라'의 노래이고, 본문을 읽고 연상된 것은 영화 '페노메논'의 마지막 장면, '달콤한 인생'의 오프닝과 엔딩 장면이에요. 흐흐흐...오늘은 바람이 참 극적으로 휘몰아치는 것 같아요. 나무들을 휘감으면서 급하게 움직이는게 막 보여요.

    그나저나 트랙백을 보니 이것도 연구실 자랑이군뇨!!
    • 루인  2007/07/11 21:04     댓글주소  수정/삭제
      크크크. 당연히 자랑이에요! 흐흐 -_-;;
      대나무-바람 소리가 분명하게 떠오르지 않아 조금 답답했는데, 아옹님 덕분에 떠올랐어요. 헤헤.
      루인도 제목을 쓰면서 왠지 이소라의 노래라도 링크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잠시 했더래요. 흐흐. 둘 다 안 읽은 영화인데, 왠지 아옹님이 얘기한 장면들만이라도 확인해보고 싶어져요. 어떻게 영화로 재현했을까 궁금해서요. 헤헤.
  2. 비밀방문자  2007/07/10 2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루인  2007/07/11 21: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복사 금지는, 한때는 '누군가'가 퍼가는 게 싫어서 설정했지만, 지금은 그냥 유지하고 있을 뿐이에요. 흐흐. 사실, 예전에 복사방지태그를 없애려고 했는데, 그 과정이 꽤나 번거로워서 그냥 복사방지를 유지하고 있어요. 흐흐 ;;;
      반가워요!
  3. psi씨  2007/07/18 20: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뭇잎이 서로 쓸리는 그 소리, 저도 그 소리를 무척 좋아합니다.
    이외에도 바람으로 생기는 소리를 보통 좋아하지만요.

    요즘 같은 날에 좋아하는 건, 풍경소리.
    피부로 느끼지 못할 정도의 바람이라도 뜨거운 여름밤에 잠깐 울리는 풍경소리는 시원함을 가져다 주더라구요.
    • 루인  2007/07/19 11: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바람과 나뭇잎이 만드는 소리는 정말, 상쾌함, 시원함을 가져다 줘요.
      아, 그리고 풍경소리! 루인이 머무는 사무실에도 하나 사서 매달까봐요. 갑자기 너무 듣고 싶어져요. 헤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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