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람이 많이 불고 있다는 걸 느끼는 건, 연구실이 시원해서만은 아니다. 사무실 문이 바람에 왔다 갔다 해서만도 아니다. 루인 책상의 책장에 끼워 둔 무지개깃발이 펄럭여서만도 아니고. 예전에 쓴 적이 있는 사무실 창문 너머의 풍경 덕분이다. 바람이 불면, 사무실 창문 너머에 있는 작은 언덕의 울창한 나무들, 나뭇가지들, 나뭇잎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내는 소리, 바람과 나무-나뭇가지-나뭇잎들이 서로 몸 부비는 소리가, 조금은 무시무시하면서도 시원하고 즐겁게 들리기 때문이다. 길을 걸을 때의 바람은 머리카락을 통해 느끼지만, 연구실에 있을 때면 바람-나무의 소리로 느낀다. 이럴 때면, 이렇게 바람-나무의 소리를 눈을 감고 듣노라면, 지금 여기가 서울의 도심이 아니라 어릴 적 모계/부계 할머니 댁에 놀러간 날의 어두운 밤과 같다. 시골집 뒷산의 나무-바람 소리, 뒤뜰의 대나무-바람 소리가 떠오른다.
바람이 분다 라는 제목을 보고 먼저 연상된 것은 '이소라'의 노래이고, 본문을 읽고 연상된 것은 영화 '페노메논'의 마지막 장면, '달콤한 인생'의 오프닝과 엔딩 장면이에요. 흐흐흐...오늘은 바람이 참 극적으로 휘몰아치는 것 같아요. 나무들을 휘감으면서 급하게 움직이는게 막 보여요.
그나저나 트랙백을 보니 이것도 연구실 자랑이군뇨!!
대나무-바람 소리가 분명하게 떠오르지 않아 조금 답답했는데, 아옹님 덕분에 떠올랐어요. 헤헤.
루인도 제목을 쓰면서 왠지 이소라의 노래라도 링크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잠시 했더래요. 흐흐. 둘 다 안 읽은 영화인데, 왠지 아옹님이 얘기한 장면들만이라도 확인해보고 싶어져요. 어떻게 영화로 재현했을까 궁금해서요. 헤헤.
반가워요!
이외에도 바람으로 생기는 소리를 보통 좋아하지만요.
요즘 같은 날에 좋아하는 건, 풍경소리.
피부로 느끼지 못할 정도의 바람이라도 뜨거운 여름밤에 잠깐 울리는 풍경소리는 시원함을 가져다 주더라구요.
아, 그리고 풍경소리! 루인이 머무는 사무실에도 하나 사서 매달까봐요. 갑자기 너무 듣고 싶어져요. 헤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