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전화 통화를 한 이가 루인에게, 자기가 죽어도 모르겠다며, 루인의 연락 없음을 타박했다. 전화상으론 미안하다고 했지만 속으로 중얼거린 말 두 가지: 루인만 연락 안 한 것이 아니라 서로가 연락을 안 한 거잖아(항상 억울해ㅠ_ㅠ); 근데 4월 초에 만난 적 있지 않나? (루인의 입장에선 두어 달 연락 안 하고 지내는 것도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니라;;)


아무려나, 그 사람과의 통화를 끊고 나서, 문득, 어느 날 루인이 갑자기 죽는다면… 이란 가정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핸드폰도 분실하거나 부서진다면…. 이런 갑작스런 상황에서 안타까운 건, 다름 아니라 블로그임을 깨달았다(오프라인만으로 만나는 사람은 드물고, 적지 않게 온라인으로도 만나고 있으니까).


만약 부산에 내려가 있는 와중에 사고가 나고 그 과정에서 핸드폰도 부서진다면 어떻게 될까? 부모님을 비롯한 혈연가족들의 경우, 루인의 친구들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루인이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이들에게 소식이 닿지 않겠구나, 하는 상념들. 그렇다면 루인이 활동하고 있는 지렁이나 위그 사람들은, 부모님들 혹은 혈연가족과 친족들에게 부재하겠구나, 하는 상념들. 그렇다면 루인은 소리 소문 없지 조용히 사라지는 걸까?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Run To 루인]은 어떻게 될까? 어느 날, 결제일이 지나고 보름 정도가 더 지나면 이곳도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란 표시와 함께 사라질까? 열심히 글을 쓰던 어느 블로거가 어느 날 갑자기 잠수모드를 취하더니 그렇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곳처럼(루인의 첫 번째 블로그도 그러했고) 그렇게 사라질까? 그렇게 [Run To 루인]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끝나는 걸까? 포탈사이트나 블로그 서비스 업체에서 제공하는 블로그가 아니라 루인이 계정을 사서 운영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런 상념들이 떠올랐다. 정말 [Run To 루인]은 어떻게 될까?


그런데 만약 핸드폰이 남겨져 있다면, 또 어떻게 될까? 핸드폰에 저장한 번호로 행여 연락을 하다가 "루인"이란 이름을 알게 되겠지? 그러면서 루인이 어떤 활동을 하고 다녔는지 안다면, 어떤 기분이 드실까? 죽음과 "커밍아웃"을 동시에 경험하는 셈인가?


뭐, 이런 상상을 하지만, 결국 루인은 징 하게 오래 살 거란 걸 안다. 그래서 어쩌면, 이렇게 만난 사람들 모두의 죽음을 볼 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세월에도 다들 블로그를 하고 있을까?
2007/04/30 18:07 2007/04/3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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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07/04/30 23: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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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인  2007/05/01 16:44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고보면 정말, 집전화번호를 알고 지내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루인이 친구네 집전화 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은 둘인데 루인의 집전화번호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더라고요. 흐흐. (루인이 자취해서 부산집 전화번호를 알 필요가 없기도 하거니와요. 헤헤.) 핸드폰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면서부터는 집전화 번호는 서로 모르는 것 같아요.
      루인의 경우엔, 사람들에게 루인이 연락을 잘 안 한다고 떠벌리고 다니다 보니, 연락을 안 하면, 항상 루인이 연락을 안 한 것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속으로 억울해 하죠. 루인의 연락을 기다렸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직은 없지만, 오랜 세월 그 말을 반복해서 듣다보면 정말 지칠 것 같아요. 기다리지 말고 먼저 연락을 주면 반가울 텐데...
      (근데, 오히려 루인이 상담 받는 걸요... 헤헤 :) )
  2. 비밀방문자  2007/05/01 05: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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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벨로  2007/05/02 05: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 이런 상상을 하지만, 결국 루인은 징 하게 오래 살 거란 걸 안다. <- 손금을 너무 믿으시는 거 아니에요? ㅋㅋㅋ
    • 키드  2007/05/02 10:30     댓글주소  수정/삭제
      (귓속말 속닥속닥) 루인님은 별자리 이런 거 너무 믿으셔 ㅋㅋㅋ *먼산*
    • 루인  2007/05/02 18: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벨로님/ 크크크. 맨날 읽을 줄도 모르는 손금 보면서 살아요. 흐흐흐 -_-;;;;
      키드님/ *뜨끔* 흐흐흐. 왠지 루인은 논문에도 별자리 운운할 것 같다는 예감이 문득... 푸하핫. ;;
      /그나저나 왠지, 이러다 루인의 이미지는 이렇게 잡힐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ㅜ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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