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가족을 만나는 날이면 묻어둔 앙금이 다시 몸속을 어지럽게 돌아다니고 약간의 살의를 느끼기도 한다.

한국은 혈연가족주의/정상혈연가족이데올로기가 지독하게 강한 사회이지만 그렇다고 혈연가족간에 친밀함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혈연가족은 상당히 도구적인데 이 도구성을 친밀함으로 가장한다.

루인과 루인의 혈연가족 관계가 이렇다. 이 불편하고 종종 악연이라고 부르는 관계가 만날 때 서로의 역할은 부딪힐 수밖에 없다. 루인은 혈연가족의 도구적 성질을 도구성 그 자체로 드러내려고 하고 혈연가족들은 이 도구성이 가족간의 친밀함, '애정'이라 믿으려 행동한다. 그러다 보니 끊임없이 충돌이 발생하고 서로가 상처받는다.

또 부천에 갈 일이 있어 갔다가 간신히 가라앉힌 오래된 앙금들을 모두 들쑤시듯 휘젖고 말았다. 지상에서 가장 먼저 연락을 끊고 싶은 인연이 있다면 혈연가족이다.
2005/10/01 22:14 2005/10/0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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