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하나.
지난 월요일 섹션포럼 때였다. 보통은 행사장에서 사진을 찍을 때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편인데(적어도 루인이 참가했던 곳에선 대체로 그랬다는 거.. 하지만 그곳의 맥락은.. 흠... ;;), 그날은 그런 말도 없이 사진을 마구마구 찍어서 신경이 상당히 날카로워진 상황이었다. 사진담당자가 사진을 찍을 때마다 책자로 얼굴을 가리기 바빴고, 포럼장에서 만난 지인과 사진이나 카메라 촬영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물론 첫 발표가 있은 후, 사회자가 내부자료로만 사용할 테니 걱정 말라고 했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그렇게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황에서, 토론 시간, 질문자로 손을 들고 일어 섰을 때, 비디오 카메라를 루인에게 향하자, "카메라 찍지 마세요"라고 아주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촬영을 안 했으면 하거든요"란 식으로 좀 더 무난한 표현을 사용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순간 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사진이나 비디오 촬영을 내부자료로 사용한다고 했을 때, 사실 이 말 자체를 별로 신뢰할 수 없었다. 요즘 시대에 내부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자료가 있기는 해?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아웃팅의 문제때문도 아니었다. 사진이나 비디오 속에 루인이 잠깐 등장했다고 해서 "저 사람은 루인이고 트랜스다"란 식으로 알아 볼 사람이 있을리 만무하다. 더구나 아웃팅을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받아 들이지 않기 때문에, 아웃팅 자체가 범죄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평소 다른 자리에서도 사진 찍는 걸 무척이나 싫어하는데(그래서 현재 가지고 있는 사진은 증명사진 뿐이다) 이건 사진이나 비디오 화면 속에 나오는 루인의 모습을 못 견디기 때문이다. 사진이나 카메라 속의 모습을 끔찍할 정도로 싫어하고 못 견딜 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루인이 질문하려고 일어났을 때 카메라로 찍으려고 한 분에겐 죄송했다.
장면 둘.
어제 또 다른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지난 강의실 강의 이후 받은 두 번째 메일인 셈이다. 근데 이 메일이 좀 재밌다. 자신이 학부 졸업 논문을 쓰는데 그것과 관련한 몇 가지 질문을 한 후, 혼자서도 쓸 수 있겠지만 그래도 당사자의 얘기를 직접 들어 보고 싶다, 수고스럽겠지만 서로의 오해를 벗어나기 위한 작은 시도로 봐달라, 협조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전 댁과 풀어야 할 오해가 없거든요"라고 보냈을지도 모른다. 물론 정말 이런 식으로 보내진 않겠지만, 루인이라면 아주 불가능한 상황도 아니다. 케케. -_-;;; 대신 이 메일을 읽으면서, 이 사람의 맥락을 짐작하려고 했다. 만약 위에서 인용한 두 문장을 쓰지 않았다면 그저 무난하게 답메일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걸리지 않는 구절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다. 그리고 때론 메일을 못 받은 것처럼 답장을 안 보낼 수도 있지만, 오늘이나 내일 즈음 답장을 보내야지 하고 있다.
예전에 친구가, 자신의 조교생활을 얘기해줬던 적이 있는데, 그때 꽤나 재밌는 내용을 들은 적이 있다. 신부님의 조교를 하는데, 신부님들은 서로에게 메일이나 연락을 할 때, 혹은 토론 시간에 얘기를 할 때, 일테면 "존경하는 신부님의 말을 소중하게 잘 들었습니다..."란 식으로 공손하고 겸손한 수식어를 사용해서 두어 문장을 얘기한 후에야 반론을 시작한다고 했다. 어제 메일을 받고 이 얘기가 떠올랐다.
메일을 보낸 사람은 법대라고 했다. 웃기다고 느꼈던 말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인데, 적어도 루인의 관계 범위에서 공문이 아니면 이런 식의 말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교 업무를 수행하며 공문을 보낼 때나, "협조 바랍니다"란 식으로 쓸 뿐, 다른 소통관계에선 사용하지 않는 언어들. 그렇다면 이런 식의 말투는 법대라는 어떤 배경과 관련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물론 모든 법대가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떤 공간에 있다보면 어떤 식의 말하기 방식에 익숙해지는 경향이 있고, 어떤 배경에서 오래 지내다보면 체화되어 마치 자신의 습성처럼 여겨지는 행동들이 있기 마련이다. 학부에서 수학을 공부한 루인은, 어떤 책에서 수학공식이 나왔을 때 별로 당황하지 않는데, 이는 루인이 수학을 잘하고의 여부가 아니라 어쨌거나 수학과 어느 정도 익숙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반응일 뿐이듯. 마찬가지로 메일을 보낸 사람도 그런 어떤 분위기에 익숙해서 이렇게 메일을 썼는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하고 있다.
물론, 루인은 메일을 보낸 사람의 요구 사항/질문사항들을 모두 배신할 예정이다. 또한 이것이 루인의 말하기 방식이기도 하니까. 케케. ;;;
지난 월요일 섹션포럼 때였다. 보통은 행사장에서 사진을 찍을 때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편인데(적어도 루인이 참가했던 곳에선 대체로 그랬다는 거.. 하지만 그곳의 맥락은.. 흠... ;;), 그날은 그런 말도 없이 사진을 마구마구 찍어서 신경이 상당히 날카로워진 상황이었다. 사진담당자가 사진을 찍을 때마다 책자로 얼굴을 가리기 바빴고, 포럼장에서 만난 지인과 사진이나 카메라 촬영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물론 첫 발표가 있은 후, 사회자가 내부자료로만 사용할 테니 걱정 말라고 했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그렇게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황에서, 토론 시간, 질문자로 손을 들고 일어 섰을 때, 비디오 카메라를 루인에게 향하자, "카메라 찍지 마세요"라고 아주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촬영을 안 했으면 하거든요"란 식으로 좀 더 무난한 표현을 사용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순간 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사진이나 비디오 촬영을 내부자료로 사용한다고 했을 때, 사실 이 말 자체를 별로 신뢰할 수 없었다. 요즘 시대에 내부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자료가 있기는 해?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아웃팅의 문제때문도 아니었다. 사진이나 비디오 속에 루인이 잠깐 등장했다고 해서 "저 사람은 루인이고 트랜스다"란 식으로 알아 볼 사람이 있을리 만무하다. 더구나 아웃팅을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받아 들이지 않기 때문에, 아웃팅 자체가 범죄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평소 다른 자리에서도 사진 찍는 걸 무척이나 싫어하는데(그래서 현재 가지고 있는 사진은 증명사진 뿐이다) 이건 사진이나 비디오 화면 속에 나오는 루인의 모습을 못 견디기 때문이다. 사진이나 카메라 속의 모습을 끔찍할 정도로 싫어하고 못 견딜 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루인이 질문하려고 일어났을 때 카메라로 찍으려고 한 분에겐 죄송했다.
장면 둘.
어제 또 다른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지난 강의실 강의 이후 받은 두 번째 메일인 셈이다. 근데 이 메일이 좀 재밌다. 자신이 학부 졸업 논문을 쓰는데 그것과 관련한 몇 가지 질문을 한 후, 혼자서도 쓸 수 있겠지만 그래도 당사자의 얘기를 직접 들어 보고 싶다, 수고스럽겠지만 서로의 오해를 벗어나기 위한 작은 시도로 봐달라, 협조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전 댁과 풀어야 할 오해가 없거든요"라고 보냈을지도 모른다. 물론 정말 이런 식으로 보내진 않겠지만, 루인이라면 아주 불가능한 상황도 아니다. 케케. -_-;;; 대신 이 메일을 읽으면서, 이 사람의 맥락을 짐작하려고 했다. 만약 위에서 인용한 두 문장을 쓰지 않았다면 그저 무난하게 답메일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걸리지 않는 구절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다. 그리고 때론 메일을 못 받은 것처럼 답장을 안 보낼 수도 있지만, 오늘이나 내일 즈음 답장을 보내야지 하고 있다.
예전에 친구가, 자신의 조교생활을 얘기해줬던 적이 있는데, 그때 꽤나 재밌는 내용을 들은 적이 있다. 신부님의 조교를 하는데, 신부님들은 서로에게 메일이나 연락을 할 때, 혹은 토론 시간에 얘기를 할 때, 일테면 "존경하는 신부님의 말을 소중하게 잘 들었습니다..."란 식으로 공손하고 겸손한 수식어를 사용해서 두어 문장을 얘기한 후에야 반론을 시작한다고 했다. 어제 메일을 받고 이 얘기가 떠올랐다.
메일을 보낸 사람은 법대라고 했다. 웃기다고 느꼈던 말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인데, 적어도 루인의 관계 범위에서 공문이 아니면 이런 식의 말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교 업무를 수행하며 공문을 보낼 때나, "협조 바랍니다"란 식으로 쓸 뿐, 다른 소통관계에선 사용하지 않는 언어들. 그렇다면 이런 식의 말투는 법대라는 어떤 배경과 관련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물론 모든 법대가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떤 공간에 있다보면 어떤 식의 말하기 방식에 익숙해지는 경향이 있고, 어떤 배경에서 오래 지내다보면 체화되어 마치 자신의 습성처럼 여겨지는 행동들이 있기 마련이다. 학부에서 수학을 공부한 루인은, 어떤 책에서 수학공식이 나왔을 때 별로 당황하지 않는데, 이는 루인이 수학을 잘하고의 여부가 아니라 어쨌거나 수학과 어느 정도 익숙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반응일 뿐이듯. 마찬가지로 메일을 보낸 사람도 그런 어떤 분위기에 익숙해서 이렇게 메일을 썼는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하고 있다.
물론, 루인은 메일을 보낸 사람의 요구 사항/질문사항들을 모두 배신할 예정이다. 또한 이것이 루인의 말하기 방식이기도 하니까. 케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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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을 써야지 하면서도, 아직 안 쓰고 있어요. 내일이나 보낼까 하고, 또 미루고 있는 셈이랄까요. 흐흐. 답장을 안 할 수도 없는 게, 그날 루인이 말을 애매하게 했거든요. -_-; 지은 업보가 있으니 이번 만은 책임을 져야 할 것 같아요. 흑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