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에 들렸어요. 수업 교재로 읽을 책들이 몇 권 있었거든요. Muse를 들었어요. 문득 듣고 싶다고 느꼈어요. 그렇게 기념하고 싶었어요. 루인에게 Muse는 너무 각별하거든요. 오고 가는 길에 Muse는 달콤했어요.


요즘 기억의 재구성을 느끼고 있어요. 현재의 상황이 과거의 기억을 어떤 식으로 다르게 해석하는지를 생생하게 느끼고 있어요. 사실, 그럴 수밖에 없어요. 스스로에게 해명하는 과정이죠. 과거엔 지금처럼 해석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 기억을 전혀 다르게 해석하고 있죠.


당신의 기억은 루인에게 일종의 봉인이기도 했어요.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관련이 있죠. 그렇다면 루인에게 당신은 분열하지 않은 몸으로 다가왔지만 한때 분열로 다가오기도 했어요.


레즈비언이란 말을 몰랐어요. 그래서 당신을 좋아하는 자신을 "남성"이라고 간주했죠. 하지만 치마를 입는 루인도 그때 같이 있던 모습이에요. 그랬어요. 이런 둘의 모습을 조금도 분열하는 것으로 느끼지 않았죠. 이런 모습을 분열로 느낀 건 최근의 일이에요. 트랜스란 정체성을 설명하며, 이런 루인의 과거를 해명하며 당신을 좋아한/여전히 그리워하는 현재를 설명하기 어려웠어요. 그땐 레즈비언이란 말을 몰랐지만 지금은 아는데, 왜 그랬을까요. 그땐 당신을 '이성애'로 좋아한다고 여겼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당신을 레즈비언 관계로 재구성하고 있어요. 재미있지 않나요? 현재의 몸이 과거의 흔적을 재구성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느끼는 것.


오랫동안 당신을 기억해왔지만 어차피 환상인 걸 알아요. 먼 거리를 두고 있기에 지속 가능한 환상. 그래서 이렇게 글을 써요. 당신, 가시같은 당신. 목에 걸린 가시 같은 당신. 작년에야 알았어요. 축하해요.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마요.
2006/09/26 22:40 2006/09/26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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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06/09/27 15: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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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인  2006/09/27 20:54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을 쓰다가 살짝 가려야겠다 싶은 부분이 생겨서 흰색처리 했는데, 키워드가 글이 있다는 흔적을 남기더라고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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