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에서부터 수업에서 조발표를 할 때면, 대체로 그냥 혼자하곤 했다. 조모임은 했지만, 결국 루인이 글을 쓰겠다고 했고 그 내용들 모두 루인의 의견으로 점철했다. 참 부끄러운 일이지만 루인의 욕심-아는 것도 없으면서 눈만 높아서 결국 루인이 하곤 했다. 하지만 모든 조발표가 이렇진 않았는데, 학부에서 딱 한 번, 끝내주는 발표 준비를 한 적이 있다.
물론, 두 번일 수도 있지만, 그땐 준비할 내용이 많다보니 분업을 했고 그래서 루인은 루인의견, 다른 사람은 그의 의견을 제시하는 식이어서 별도로 기억하고 있다. 루인이 기억하는, 학부에서 한 최고의 조발표는, 작년 봄학기에 들은 수업에서였다. 다행히 구성원은 원하는 사람들과 할 수 있었기에 루인은 이랑의 쑥과 다른 동아리를 통해 알던 M과 함께 했다.
이 발표를 거치며, 루인에게 남아있는 쑥의 이미지 중 하나는 끝내주는 편집자/조율사라는 것. 루인의 장점은 발랄함이지만 이 발랄함을 구성하고 편집하는 능력에 있어선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루인의 별자리를 설명하는 책에서, 아이디어는 많지만 이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고 적었으랴. 이렇게 말하면 루인은 아이디어를 내고 쑥은 편집장으로서의 역할만 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데 그렇다는 게 아니라, 루인이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버벅거리는 지점을 정확하게 조율해줬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이 말은 쑥은 지식/앎/아이디어를 어떤 식으로 위치 짓고 구성할지를 알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하여 그 발제문은 일전에 (자뻑 모드에서 적었듯) 선생님이 자기가 강사생활을 하며 가장 잘 쓴 발제문이라는 말을 듣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얘기를 적는 건, 오늘 발제 발표를 했기 때문이다. 어땠냐고?
정말 고마운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 현재의 느낌이다. 텍스트를 읽을 때면, 필요하다 싶은 내용을 발췌하고 코멘트를 다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그때그때의 발랄한 아이디어나 해석을 기록할 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틀을 놓치거나 중요한 지점을 지나치는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발제 발표를 준비하며 세 번을 만났는데, 세 번의 만남은 바로 이 지점을 배우고 조율하는 과정이었다.
이번 텍스트에 대한 느낌은 서로가 달랐는데 루인은 평소의 고민 지점과 닿아 있었기에 흥미롭게 읽었지만, 함께하신 분은 (본인의 표현을 빌면) 어렵고 아무리 읽어도 저자가 제기하는 문제점에 동의하면서도 결국 그 지점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루인은 평소 고민 지점에서 읽다보니 조금은 쉽게 다가온 내용이 있는가 하면 지나친 부분들이 있었고 그 분은 루인에겐 쉽게 다가오는 지점이 어려웠어도 루인이 지나친, 하지만 이 텍스트를 읽는데 너무도 중요한 지점을 고민하고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 가장 멋진 발표조가 된 셈이다. 계속해서 얘기를 나누며 풀리지 않은 지점들을 얘기했고 구성을 짰고 그런 과정에서 루인은 저자가 논문을 쓰며 구성하고 있는 큰 틀과 그 안에서 하고 있는 얘기들을 연결해서 읽는 방법을 (조금이나마)배웠다. 함께했던 분이 이런 지점으로 읽으며 고민하고 있었기 덕분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루인은 저자가 하려는 말의 한 부분 밖에 읽지 못했을 것이다.
고생해서 발제문을 완성했고(루인으로선 드물게 이틀 연속 새벽 1시까지 발제문에 매달렸고) 오늘 발표를 했다. 발제문에도 적었듯 루인은 정체성을 커밍아웃했다. 그건 여성학 수업이라는 어떤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도 있지만 커밍아웃을 통해 루인의 위치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텍스트를 접근하는 지점에 있어서도 이반queer/트랜스 정체성이 중요하게 작용했기에 말하지 않아도 드러날 수밖에 없었지만.
아무튼 발표가 끝났을 때, 선생님은 잘했다고 칭찬해줬고(형식적인 의미가 아닌) 그제야 안도의 한숨과 함께 기분도 좋아졌다. 어제까지, 함께한 분과 나눈 얘기 중엔, 잘못해서 혼나는 건 아닐까, 이었으니까.
함께한 분께 감사할 따름이다.
물론, 두 번일 수도 있지만, 그땐 준비할 내용이 많다보니 분업을 했고 그래서 루인은 루인의견, 다른 사람은 그의 의견을 제시하는 식이어서 별도로 기억하고 있다. 루인이 기억하는, 학부에서 한 최고의 조발표는, 작년 봄학기에 들은 수업에서였다. 다행히 구성원은 원하는 사람들과 할 수 있었기에 루인은 이랑의 쑥과 다른 동아리를 통해 알던 M과 함께 했다.
이 발표를 거치며, 루인에게 남아있는 쑥의 이미지 중 하나는 끝내주는 편집자/조율사라는 것. 루인의 장점은 발랄함이지만 이 발랄함을 구성하고 편집하는 능력에 있어선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루인의 별자리를 설명하는 책에서, 아이디어는 많지만 이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고 적었으랴. 이렇게 말하면 루인은 아이디어를 내고 쑥은 편집장으로서의 역할만 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데 그렇다는 게 아니라, 루인이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버벅거리는 지점을 정확하게 조율해줬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이 말은 쑥은 지식/앎/아이디어를 어떤 식으로 위치 짓고 구성할지를 알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하여 그 발제문은 일전에 (자뻑 모드에서 적었듯) 선생님이 자기가 강사생활을 하며 가장 잘 쓴 발제문이라는 말을 듣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얘기를 적는 건, 오늘 발제 발표를 했기 때문이다. 어땠냐고?
정말 고마운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 현재의 느낌이다. 텍스트를 읽을 때면, 필요하다 싶은 내용을 발췌하고 코멘트를 다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그때그때의 발랄한 아이디어나 해석을 기록할 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틀을 놓치거나 중요한 지점을 지나치는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발제 발표를 준비하며 세 번을 만났는데, 세 번의 만남은 바로 이 지점을 배우고 조율하는 과정이었다.
이번 텍스트에 대한 느낌은 서로가 달랐는데 루인은 평소의 고민 지점과 닿아 있었기에 흥미롭게 읽었지만, 함께하신 분은 (본인의 표현을 빌면) 어렵고 아무리 읽어도 저자가 제기하는 문제점에 동의하면서도 결국 그 지점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루인은 평소 고민 지점에서 읽다보니 조금은 쉽게 다가온 내용이 있는가 하면 지나친 부분들이 있었고 그 분은 루인에겐 쉽게 다가오는 지점이 어려웠어도 루인이 지나친, 하지만 이 텍스트를 읽는데 너무도 중요한 지점을 고민하고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 가장 멋진 발표조가 된 셈이다. 계속해서 얘기를 나누며 풀리지 않은 지점들을 얘기했고 구성을 짰고 그런 과정에서 루인은 저자가 논문을 쓰며 구성하고 있는 큰 틀과 그 안에서 하고 있는 얘기들을 연결해서 읽는 방법을 (조금이나마)배웠다. 함께했던 분이 이런 지점으로 읽으며 고민하고 있었기 덕분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루인은 저자가 하려는 말의 한 부분 밖에 읽지 못했을 것이다.
고생해서 발제문을 완성했고(루인으로선 드물게 이틀 연속 새벽 1시까지 발제문에 매달렸고) 오늘 발표를 했다. 발제문에도 적었듯 루인은 정체성을 커밍아웃했다. 그건 여성학 수업이라는 어떤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도 있지만 커밍아웃을 통해 루인의 위치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텍스트를 접근하는 지점에 있어서도 이반queer/트랜스 정체성이 중요하게 작용했기에 말하지 않아도 드러날 수밖에 없었지만.
아무튼 발표가 끝났을 때, 선생님은 잘했다고 칭찬해줬고(형식적인 의미가 아닌) 그제야 안도의 한숨과 함께 기분도 좋아졌다. 어제까지, 함께한 분과 나눈 얘기 중엔, 잘못해서 혼나는 건 아닐까, 이었으니까.
함께한 분께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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