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요일 저녁의 쓸쓸한 시간에 나의 고양이는 나를 삼각 마방진을 치듯 둘러 앉아 있다. 한 아이는 노트북 옆에 들러 붙어 노곤하게 잠을 잔다. 한 아이는 책상 건너편에 발도리를 했다가 식뻥을 굽다가 하며 지긋이 나를 바라본다. 또 한 아이는 뒤에서 계속 사고를 친다. 세 고양이가 계속 어울리고 따로 있고 놀고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한 고양이가 우울증에 걸리지는 않겠다는 상념에 빠진다. 한 고양이가 좀 쉬려고 누우면 다른 고양이가 괴롭히다 싸움이 난다. 한 고양이가 혼자 어디선가 누워 있으면 다른 고양이가 그 옆에 누워 같이 잔다. 한 고양이는 항상 내 옆에 있어 준다. 그것이 보리일 때도 있고, 귀리일 때도 있고, 퀴노아일 때도 있지만. 나의 쓸쓸한 날에 나의 고양이는 어디선가 부산을 떨고, 어디선가 잠을 자고, 내 옆에서 끼앙끼앙 울면서 쓰다듬으라고 보챈다. 나의 고양이들. 내가 어느날 문득 서둘러 세상을 떠나더라도 나보다 더 오래 오래 살았으면 하는 나의 고양이들. 고양이별에서 나를 기다리기보다 내가 가디리고 싶은 나의 고양이들.

안녕, 나의 소중한 고양이들.


2021/08/29 20:36 2021/08/2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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