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은 책을 한 권 읽고 있다. 하지만 읽으며 얼마간의 불편함을 느끼는데, 인류학적 보고서 성격의 책이라서 증언자들의 말을 저자가 재구성하고 해석하는 과정 때문이다.


이런 불편함은 그러니까, 루인은 그냥 "종종 우울함을 느껴", 라고 말했는데, 상대방은 "만성무기력에 빠져있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이라고 할까. 젠더에 관한 글인데, 증언자들은 기존의 두 개뿐인 젠더에서 벗어난 다른 상상력으로 말을 하는 사람들인데 해석자는 계속해서 '남성' 아니면 '여성' 어느 한 쪽으로 편입하고 있어 불편하다.


이런 이유로 루인은 2차 문헌을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실제, 한 텍스트에 대한 루인의 해석과 (이른바 권위자 혹은 유명한 사람이라 불리는) 누군가의 해석 사이에서 괴리가 컸던 경험도 많다. 지금까지, 믿을 만하고 루인이 다른 텍스트를 접하고 느끼는데 도움을 준 사람은 단 한 명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뭐, 이 [Run To 루인]의 키워드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의 해석은, 재미가 없거나 너무 단순하게 접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굳이 텍스트 해석이 아니어도 발생한다. 어떤 일에 대해 누군가에게 물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아닌 경우. 오늘도 이런 일로 혼자서 무척이나 화가 났었다. 중요한 자료였는데. 믿은 루인이 바보지, 하면서. 루인이 잘못한 것이 맞으니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담당자에게 직접 물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으니까. 결국, 또 한 번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고나 할까. 물론 그 전부터 그다지 믿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그다지 큰일은 아닐 수도 있지만, 유쾌한 일만도 아니다.
2006/02/22 17:39 2006/02/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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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청연의꿈  2006/02/22 23: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제는 1차문헌들이 번역이 안되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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