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비서울 지역의 퀴어 문화 형성과 다양한 문화 행사의 차이가 현실적으로 많이 나는데... (이것 자체엔 이견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 그래서 이 차이를 어떻게 고민할까란 점에서

ㄱ.
한국에서 서울과 비서울 지역의 차이 즉 수도와 그외 지역의 퀴어 문화 차이는 전세계적으로 보편적 현상은 아니다. 태국은 방콕이 아니라 푸켓에서 퍼레이드 등의 행사가 진행되고, 중국은 상하이에서, 미국은 워싱턴이 아니라 뉴욕이나 캘리포니아가 더 유명하다. 그럼 왜 서울에 집중되었는가? 그리고 여기서 주한미군주둔은 어떤 중요한 역할을 했을까?

ㄴ.
ㄱ과 관련해서 준비된, 간단한, 만능열쇠 같은 대답이 있긴 하다. 서울에 모든 것이 집중되니까. 맞다. 서울에 경제, 문화, 자본, 교육 등 모든 것이 편중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질문이 등장한다. 서울에 퀴어 문화 행사 등이 집중되는 현상과 서울에 다른 여러 자본, 문화 등이 집중되는 현상은 동일한 현상으로 이해하고 끝날 문제인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는가? 현재 시점에선 서울 뿐만 아니라 대구에서도 퀴어문화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퀴어문화축제만 기준으로 하면 서울에서만 진행되는 행사는 아닌데 그럼 왜 다른 지역, 즉 동일한 광역시인 부산이나 대전, 광주 등이 아니라 가장 보수적이라고 하는 대구에서는 가능했던 걸까? 동시에 그럼에도 서울에 여전히 많은 퀴어 행사가 집중되어 있다면 이를 단순히 서울에 모든 자본과 문화가 집중되어 있으니까로 등치해도 괜찮은 걸까? 괜찮다면 어째서일까? 등치할 수 없다면 다른 문화 집중과는 다른 어떤 문화 차이가 있는 걸까? 대구는 부동산 거품을 제외하면 별다른 지원이 없다고 알려져 있는데(확인 필요) 그럼에도 퀴어문화축제가 가능했던 동력이 무엇일까?

ㄷ.
서울과 비서울 지역의 퀴어 문화 차이를 이야기할 때 발생하는 중요한 문제점 중 하나는 각 지역을 단일한 지역으로 사유하는 점이다. 서울 대비 대구, 부산, 광주, 대전, 울산 등은 하나의 지역으로 부를 수 있는 단일 공간인가? 예를 들어 부산에선 해운대 근처에 사느냐 아니냐로 문화적 향유의 수위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해운대 지역엔 대형 백화점이 들어서고 각종 문화행사가 열리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 행사를 즐길 수 있지만 해운대에서 거리가 있는 지역, 특히 강서구 지역엔 관련 행사가 거의 없다. 지역 내부에서 또 다른 문화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이라고 또 동일하지 않은데 트랜스젠더퀴어에게 서울은 이태원과 그 외의 지역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이태원에 산다는 것, 이태원의 변태 공기를 접할 수 있음과 그렇지 않음은 상당한 차이를 야기한다. 역사적으로 따지면 더욱 그러하다. 서울에 거주하지만 이태원을 아느냐 모르느냐, 이태원에 사느냐 아니냐가 트랜스로 살아가는 삶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 각 지역은 지역 내부에서 또 다른 문화 격차가 발생하고 그것에 대한 또 다른 접근권의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이 접근권이 대전에서 서울로 가느냐와 대전 내부에서 이동하느냐에서 발생하는 매우 중요한 차이를 부정할 수 없고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여전히 남는 질문은 서울과 비서울지역, 서울에 문화 집중을 이야기할 때 각 지역을 단일한 지역으로 치환하며 각 지역 내부의 차이를 지우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사유 과정에서 무엇을 은폐하고 무엇을 강화하느냐란 질문을 할 수 있다.

일단 메모는 여기까지...


2016/08/30 10:58 2016/08/3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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