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애도하는데 적당한 시간은 없다. 나는 아직도 내 첫 고양이 리카의 죽음이 애통하다. 이제 얼추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몸 한 곳이 강하게 아린다. 정확한 원인을 모른체 떠나보냈지만, 함께 산 시간이 1년 조금 더 되었지만 그렇다. 떠나보내고 그 죽음을 직접 수습했지만서도 그렇다. 사랑과 정을 쏟은 관계를 애도하는 데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나는 많이 웃고 바람, 보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리카는 여전히 내게 아프고 슬픈 시간이다. 하물며 그 원인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상대를 떠나보냈다면 그 애통함이 더 클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객사가 가장 안 좋은 죽음이라고 했다. 나의 아버지 역시 객사하셨지만 그래도 사고의 원인은 알았다. 그래서 어떤 형태로건 수습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객사인데 그 원인을 제대로 알 수 없다면? 객사한 고인의 육신이 어디에 있는지는 가늠할 수 있는데 그 육신을 타인에 의해 수습할 수 없다면? 혹은 특정 누군가에게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면서 죽음에 어떤 위계가 발생함을 깨닫고 체득한다면? 사랑하거나 애정을 쏟은 존재의 죽음 자체가 애통한 일이다. 하지만 그 이후의 과정은 그 슬픔을 다양한 방향으로 이끈다. 잘 추스릴 수 있는 애통함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애통함이 될 수도 있다. 애통함에서 원통함이 될 수도 있다.

조선시대 양반 남성의 문화겠지만, 3년상은 꽤나 괜찮은 형식이라고 고민한다. 애정을 쏟은 존재의 죽음을 애도하는데 적어도 3년은 필요하다. 그래서 요즘의 기업이나 단체의 관례는 당혹스럽다. 많은 곳이 부모님 장례식에 사흘, 많아야 닷새 정도의 시간을 준다. 그 사이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기껏해야 장례 절차만 치르면 끝나는 시간이다. 애도는 장례식에서 진행되고 끝나지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 장례식이 끝난 다음부터 시작한다. 그런데도 장례식이 끝나면 곧바로 출근할 것을 요구하는 관례는 한국 사회가 죽음을, 애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가늠하게 한다(그나마 출근이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 어떤 기업은 책상을 뺀다). 3년 조사 휴가를 줘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3년상을 치뤄야 한다는 말도 아니다. 애도할 수 있는 좀 더 긴 시간을 줬으면 한다. 죽음을 애도하는데 충분히 많은 시간이 필요함을 인식했으면 할 뿐이다. 죽음과 슬픔, 애도를 좀 더 내게 가까운 것으로 고민했으면 좋겠다. 휴가 일수의 문제가 아니라 죽음, 슬픔, 그리고 애도를 덜 고민하는 혹은 고민하지 않는 현재의 어떤 태도를 재고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현실적으로도 3~5일은 무척 부족한 시간인데 가족이나 동반자가 생을 마감하고 나면 이후 다양한 법적 절차를 겪어야 한다.)

얼추 한 달 전부터 세월호 관련 영상, 그 원인을 추적하는 영상을 찾아보고 있다. 이런저런 추정이 있고 주장이 있지만 여전히 제대로 밝혀진 사실은 없다. 시신 인양조차 정치적 이해에 따라 판단되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 후안무치하고 나쁠까 싶다가도, 이제는 정말 죽음과 슬픔도 이윤의 영역으로 바뀐 시대인건가 싶기도 하다.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귀족정에서 계급정으로 바뀐건가 싶기도 하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살면서 애도와 애통함, 그리고 죽음을 대하는 태도마저 그 논리에서 사유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또 한편, 언제나 죽음과 애도는 위계질서에 따른 행위였고 자격을 요하는 감정이란 점을 감안하면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계급정으로 바뀌는 사회에서 발생한 위계로만 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계급만이 아니라, 단순한 정치적 이해만이 아니라 더 복잡한 무언가가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언젠가 세월호 참사, 에이즈, 퀴어의 감정 정치학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 아직도 고민이 짧고 또 짧아 뭐라고 쓰기가 망설여지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서라도 세월호 참사를 퀴어의 감정 정치학으로 설명하며,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내고 싶다.

물론 나는 리카의 죽음을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냘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실패했기에 어떻게 가능할까 싶지만...


2016/04/16 17:36 2016/04/1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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