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알지만 나는 영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번역을 정말 못 한다. 한국어로 글을 쓸 때의 그 문장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 영어를 한국어로 우선 번역을 해줘야 뭔가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영어에 짓눌릴 때가 많지만. 이런 이유로 나는 내가 어떤 책을 번역할 수 있을 거라고 고민하지 않았다. 엄두를 못 냈다. 그런데 기회가 왔다. 좋은 공동 번역자를 만났고 그래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물론 한국어로 표현하는 과정에선 서로의 의견 차이가 분명 존재했지만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어쩌면 거의 마지막일 교정 작업을 했다. 출판사에서 얼추 디자인이 끝난 교정지를 받았고 거기서 수정할 다양한 사항을 체크해서 조금 전 넘겼다. 조금 무섭기도 하고 염려가 되기도 한다.

조금의 위로라면 역주를 열심히 썼다는 점이다. 2~3년 전 작성한 역주를 지금 다시 확인하며 '뭘 이렇게까지 역자주를 달았나'란 말이 나오기도 했다. 스트라이커의 책은 분명 입문서고 쉬운 내용이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맥락과 설명이 누락되곤 했다. 그래서 그 공백을 채울 필요가 있었다. 물론 공백을 채우는 과정에서 많은 오류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나의 착각이 있을까봐 염려도 된다. 그럼에도 어쨌거나 노력은 했다.

그럼에도 정말 괜찮을까란 고민을 했다.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고 얼추 2~3년이 지났으니 내가 먼저 출판사에 연락했을 법도 하다. 그런데 어지간하면 그러지 않았다. 그냥 기다렸다. 어쩐지 두렵기도 했다. 번역 작업 자체가 내겐 크나큰 부담이라 생기는 두려움도 있었다. 다른 사람의 번역을 읽으며 구시렁거리곤 했는데 공동 번역이지만 어쨌거나 내가 책임을 진 번역 판본을 읽으며 다른 누군가가 구시렁거릴 것이 두렵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번역 작업을 좋아하는 사람이 정말 대단하다고 고민한다. 번역 작업을 좋아하는 E를 존경한다. 내겐 가장 두렵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려나 빠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 초에는 책이 나올 것 같다. 걱정이다.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2016/03/14 23:08 2016/03/14 23:08
Trackback URL : http://runtoruin.com/trackback/3153
  1. 혜진  2016/03/15 0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의 다 그런것 같아요. 자기가 쓴 글이라도 원래 영어로 썼던 글을 한글로 바꾸는데 시간이 걸리고 한글로 썼던 글을 영어로 바꾸는데 시간이 걸리고. 표현도 다르고 어감도 다르고 해서 그렇지 않을까요? 다른 언어를 쓰면 성격까지 살짝 바뀌는 느낌이 들어요.

    번역 작업을 좋아하시는 분은 진짜 꼼꼼하고 두뇌회전 빠른 분이실듯.
    • 루인  2016/03/16 21:42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자신의 글을 번역하는 작업도 정말 어려운 작업이네요. 그러니 다른 사람의 글을 번역하는 작업은 더 어렵겠죠? ㅠㅠㅠ
      번역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분은 정말 정말 대단해요.
  2. 비밀방문자  2016/03/18 23: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3. 통통  2016/03/28 13: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로그에 올리신 글보고 검색해봤는데 나오기 시작하네요! 수고많으셨습니다. 감사히 잘 읽겠습니다!
open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