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 활동을 시작하고 1~2년 정도 지났을 때였나. 아니면 그 보다 몇 년 더 지났을 때였나. 같이 활동하던 ㅋㄷ가 내게 말하기를, 루인은 (흔히 말하는) 활동가는 못 될 거고 연구자인데 운동판, 활동판에 감이 있는 연구자가 될 거라고 말했다. 그 시절 나는 공부를 하고 싶어했지만 연구자 운운할 깜냥 자체가 아니었다. 물론 지금도 그때도 쪼렙인 건 마찬가지다. 아울러 나는 오래오래 활동가로 살아갈 거란 고민도 있었다. 그런데도 ㅋㄷ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 나는 ㅋㄷ의 평가가 꽤나 정확할 수도 있겠다며 고개를 주억거린다. 활동가와 연구자를 분명하게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막연한 감으로 대책 없이 나누자면, 나는 연구자, 혹은 학생, 지식노동자로 더 동일시하는 편이다. 아니, 이런 저런 구분을 할 필요 없이 그냥 나를 학생으로, 영원한 학생이길 바라는 사람으로 설명하고 있다. 연구자나 학자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고 그냥 학생으로 살아갈 듯하다. 공부를 하기 위한 시간, 글을 쓰기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이를 위해 시간 일정을 조율하는 식이다. 하루에 8시간을 진득하게 공부할 수 없는 상황(물론 퀴어락 업무 자체가 연구의 일부지만 어쨌거나 뭔가 좀 다르다)이 때론 슬프고 속상할 때도 있는 그런 몸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지금의 나는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몸, 즉 학생이란 용어 본연의 의미에 가장 가까운 듯하다. ㅋㄷ의 예측은 참 대단하지. 그땐 나도 몰랐는데 그걸 예측하다니.

영원히 쪼렙 학생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2015/10/02 19:54 2015/10/0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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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0/03 19: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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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밀방문자  2015/10/06 21: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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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인  2015/10/07 21:55     댓글주소  수정/삭제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흐흐흐. 그땐 설마 했는데 정말 그렇게 살고 있으니, 판을 깔지는 알아서!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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