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담론, 어떤 음식이 어디에 좋다라는 논의는 결국 건강 강박 혹은 건강담론에 결착된 논의일 수밖에 없다. 몸 어딘가에 좋다는 이야기는 특정 질병을 예방한다는 이야기며 이것은 의료가 규정한 특정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현미채식 이야기는 이미 의료화 논의에 결착된 이야기며 병리화 논의에 침투된 이야기다.

물론 건강 담론이 사회에 팽배하다는 것과 사람들이 이것을 신경쓰고 실천하느냐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신경을 쓸 때도 특정한 방식으로, 개인이 선별한 방식으로 실천된다. 탄수화물을 모두 끊고 다이어트를 한다면서 때로 폭음을 한다거나... 탄수화물을 줄인다면서 탄수화물 덩어리 병아리인 양념치킨을 먹는다거나.

건강 관련 논의가 넘친다는 것, 쇼닥터가 나오는 프로그램이 상당히 많다는 건 한국 사회가 건강에 많은 관심을 가질 뿐만 아니라 의료 기준으로 건강 수치가 위험하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고 여전히 건강한 삶의 방식을 유난한 태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면 정확하게 이 간극이 사회적 관심과 구체적 실천 사이의 간극이자 강력한 틈새란 뜻이다. 담론과 실천 사이에 등장하는 틈새를 어떻게 저항의 힘으로 재해석할 수 있을까? 저항의 힘까지는 아니어도 어떻게 지배 담론의 허상을 드러낼 소중한 순간으로 만들 수 있을까? 동시에 좀 더 구체적이고 일상의 차원에서 의료화와 병리화를 곡류와 어떻게 엮어 설명하면 좋을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다.


2015/08/05 22:41 2015/08/05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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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15/08/06 14: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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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인  2015/08/06 21:22     댓글주소  수정/삭제
      ㅋ은 정말 엄청난 일을 하고 있어요... 저는 그렇게 못 해요...ㅠㅠ
  2. 비밀방문자  2015/08/06 14: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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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혜진  2015/08/07 0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건강에 대한 관심은 정말 최고조에 이른 것 같은데 실천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별종으로 보는 분위기고.
    • 루인  2015/08/08 00:22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쵸? 이게 가장 재밌기도 해요. 이토록 건강에 관심은 많은데 건강 챙기면, 말씀하신 것처럼 별종으로 취급하고, 유난 떤다고 뭐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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