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자는 엄청 빨리 늙는다. 조로현상이 너무 빨리 온다는 것이다. 5년 전에 만났던 사람을 지금 만나면, 목사님은 조금도 안 늙었다고 피부가 참 좋다고 말해요. 5년 동안 제가 왜 안 늙었겠어요. 다만 제가 성전환을 안 해서 조로하지 않아요."

오늘 들은 모 목사의 설교 일부다. 설교문에는 없고 촬영 영상에만 나오는 말을 기억나는대로 쓴 거다.

듣는데 은근 재밌다. 사상사조를 구조주의와 후기구조주의/포스트모더니즘으로 구분하고 구주주의는 로마, 신라시대를 포괄하는 사상사조라고 설명한다거나, 네오맑시즘은 성해방운동을 근간으로 한다거나, 데리다의 차연을 차이로 말하며 너와 내가 다르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거나...

용감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구나.

그냥 다 틀린 말이라 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술행위가 어떻게 조직되는가를 살피는 게 진짜 재미다. 이른바 큰용어, 학술용어를 적당히 빌려와 전혀 다른 소리를 하면서도 자신의 논리를 구성하는 이 언술행위를 분석하는 것이 진짜 재미지. 내가 기독교 근본주의에 조금만 더 관심이 있었어도 본격 작업했을 텐데...

2015/07/26 22:40 2015/07/26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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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ㅈㅇ!!  2015/07/28 06: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오 막시즘에 기웃거리는 작자로서 하는 말인데, 네오 막시즘이 성해방운동을 근간으로 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비판이론 작자들도 다들 소비주의 사회 먼저 까는데...

    그나저나 데리나 (나의 리다, 내리다 ... <3 )의 차연을 차이로 설명한다니... 위키피디아에 검색해도 그것보다는 많이 나올텐데... 아픔.. 맴이 아픔... ㅠㅠ
    • 루인  2015/07/30 10:44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해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한국에서 진보좌파연 하는 지식인 중 일부는 버틀러를 차이를 긍정하는 이론가로 이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냥 이른바 큰 용어만 빌려서 말도 안 되는 조합을 하고 있는데, 바로 그 조합, 그리고 그 조합을 통해 일으키는 효과를 분석하는게 쏠쏠한 재미지용... 완전 이상하게 인용했다고 흥분해봐야 별무소용, 자신만 힘이 빠지니까요... ㅠㅠㅠ
  2.   2015/08/04 01: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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