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알게 된 사람의 생일을 알게 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엉뚱할 수도 있겠지만, 루인의 [내 별자리의 비밀 언어]란 책을 뒤적거리는 거다. 크크. 몇 년 전 나온 48가지 별자리 시리즈인데, 별자리 같은 걸 좋아하기에 별 망설임 없이 샀었다. 그 후 생긴 습관이 새로 알게 된 사람의 생일을 알게 되면, 이 책을 뒤적거리는 일이다.


이 책의 저자도 말하고 있듯이, 관계라는 것이 운명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기에 어떤 식으로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별자리에서 아무리 좋은 관계라고 해도 노력하지 않으면 이어질 수도 없고 좋아질 수도 있는 일이 틀어지기 마련이다. 최상의 관계라고 말해지는 사이에도 문제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 이 책을 읽는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 재미는 묘하게 맞는 부분이 있기에 생기는 재미다. 물론 저자가 내용을 두루 뭉실하게 썼기에 그럴 수도 있지만.


낯가림이 꽤나 심한 루인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은 단지 몇 번 만났을 뿐인데도 장난을 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만큼 금방 친해지고(루인이 누군가에게 장난을 치거나 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건, 그 사람을 그 만큼 신뢰한다는 의미이다, 물론 상대방은 그렇게 느끼지 않겠지만;;) 어떤 사람은 몇 년을 꾸준히 만나며 알고 지내면서도 얼마간의 서먹함을 가지곤 한다. 주변에 유난히 많은 특정 별자리가 있는가 하면 한 번도 접한 적 없는 별자리도 있다(없었다고 하기 보다는 생일을 몰랐거나 알았어도 루인에게 별다른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잊혀졌다는 편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루인에겐 유난히 염소자리와 인연이 많은 편이다. 가장 오랜 친구도 염소자리고 이상하게 빨리 친해진다고 느낀 사람도 알고 보면 염소자리인 경우가 많았다. 역설적이겠지만 염소자리와는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을 것인지 노력에 따라 다른 식으로 루인에게 남아 있다. 7년 이상 친구로 지내는 관계가 있는가 하면 몇 달 만에 심각한 갈등으로 절교하기도 했다. 루인을 페미니즘으로 이끈 사람도 염소자리고 채식주의자인 루인에게 같이 있으면 "고기"를 먹을 수 없다며 끊임없이 화를 내며 육식을 강요했던 사람도 염소자리다. 평생의 친구로 지내고 싶은 바람을 품고 있는 사람도 염소자리고 관계에 별다른 노력을 하지도 않고 자꾸만 냉소적으로 대했던 사람도 염소자리다. (12가지 별자리로 구분했을 때 이렇지 48가지로 구분하면 다르다.) 그러니까 어떤 별자리와 인연이 많다는 것이 곧 좋은 인연으로만 남아있다는 건 아니다. 그저 이상할 만치 인연이 많다는 걸 의미한다.


요즘도 별자리 책을 자주 꺼내 읽는다. 이 책의 미덕은 좋은 관계일 땐 어떤 부분을 조심해야 할지, 뭔가 안 좋은 관계일 땐 왜 그런지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점이다. 어떤 사람에게 너무도 화가 났는데 그게 실은 상대방에게서 루인의 가장 부정적인 부분을 봤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문장을 읽으면, 알게 된지 얼마 안 된 사람과 얘기를 나누면 너무 즐거운데 그게 상승기류를 타는 관계라서 그렇다는 문장을 읽으면 고개를 주억거리지 않을 수가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관계의 모든 걸 알 수 없고, 모든 걸 얘기하지도 않는다. 왜냐면 누구나 10가지 별자리의 지배를 받기에…가 아니라;;;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대화를 나누면서 배우고 깨닫고 노력하는 부분이 더 많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은 그런 부분들에 대한 일종의 암시를 해주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별자리 책이지만. (뭐든지 두루 뭉실하게 적어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처럼 해석할 수 있는 게 이런 책의 특징.)


결국 어떻게 노력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식의 결말은 너무 도덕교과서 같아서 이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된다, 고 쓰고 싶은 충동은 뭘까. 책장사를 하자는 건 아니지만. 크크크
2006/01/26 15:39 2006/01/2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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