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연구하고 싶은 주제를 제대로 살피기 위해선 엄청 방대하게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흠칫 놀란다. 트랜스젠더퀴어이론이야 그냥 하는 거고 역사학, 번역학, 범죄학, 병리학, 법학, 성교육, 국가정책, 성과학, 서사학, 장애학, 의료사, 인구학 등을 기본은 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나는 내가 학위논문을 쓸 수 있을 것인가란 걱정을 한다. 나는 괜찮을까? 물론 모든 학제를 방대하게, 충분히 깊게 공부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한 문장을 쓰기 위해 10편의 참고문헌을 읽어야 하는 것처럼 논문 한 편 읽고 글을 쓸 수는 없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누군가가 보기엔 욕심이 과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욕심을 최소화한 기획이다. 그러니 지금 상황은 얼마나 덜 망하느냐가 관건이지 안 망하느냐는 고민거리도 아니다. 아아... 게을러서 지금까지 공부를 안 했더니 커다란 불덩이가 내 발에서 타고 있음을 몰랐구나...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다 읽고 났을 때 내가 어디로 가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런 점에선 두근거린다. 이를 통해 다시 확인하는 사실은 여성학/문화학 혹은 트랜스젠더퀴어 연구가 결코 별도의 학제로 성립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간학제, 다학제, 혹은 내가 선호하는 표현으로 잡학은 유행이 아니라 그냥 기본이다.


2015/07/18 23:27 2015/07/18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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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ㅈㅇ!!  2015/07/19 03: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아요.. 그래서 늘 쭈구리죠 쭈구리.... 뀨루룩...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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