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내게 두 분의 어머니가 계시는 것 같다. 어릴 때 내가 기억하는 어머니, 그리고 지금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어머니.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어린 시절 내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니다. 아버지와 관련한 첫 번째 기억이 주먹으로 얼굴을 맞은 것이듯 썩 좋은 모습이 아니다. 언제나 불편한 관계. 몇 달만에 만나면 딱 5초 반갑고 그 다음부터는 싸우거나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로 가득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대략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유지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뭔가 다른 모습을 만나고 있다. 어머니와 나, 둘이 모두 나이가 들어서일 수도 있다. 혹은 언니에게로 어머니의 관심이 많이 옮겨가서 그럴 수도 있다. 어쨌거나 예전처럼 그렇게 날이 잔뜩 선 관계를 맺지는 않고 있다. 물론 박사학위 논문이 끝나면 결혼전쟁이 기다리고 있어 나중에 다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괜찮다.

부산에 갔다 왔다. 어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특별히 주제가 있다기보다는 그냥 이런 저런 잡담이었지만 음식을 하며, 그냥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물론 나는 여전히 긴장을 한 상태다. 결혼과 같은 이슈, 박사 과정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올까봐 계속 긴장하고 걱정한다. 그럼에도 예전과 같은 그런 초긴장상태, 신경이 한없이 날카로워서 작은 말에도 상처가 날 것 같은 그런 상태는 이제 아니다. 확언할 순 없지만 그런 느낌이다.

나이가 더 들고, 포기하거나 체념하는 일이 더 많이 생기면 어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좀 더 편해질까...

그나저나 부산에 좀 더 자주 가야 할텐데...


2015/07/12 21:41 2015/07/12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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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15/07/13 12: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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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밀방문자  2015/07/13 19: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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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인  2015/07/18 10: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많이 힘들죠? 공부에 집중하려 할 수록, 공부가 더 좋을 수록 꼭 가족 중 누군가가 비수를 찌르더라고요. 정말 분개하고 분노하고... 하지만 설득하거나 말해봐야 아무 소용 없고... 정말 많이 힘들거예요...

      전 글을 쓰거나... 음악을 듣거나... 몸에 꽃을 피우거나... 뭐 흔한 방법이지요..

      아무려나 부디 잘 견디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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