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퀴어 혐오와 바이섹슈얼/양성애 혐오 관련 글을 썼습니다. 전체 기획은 여성혐오고요. 저의 제목으로 쉽게 짐작하시겠지만 이른바 LGBT/퀴어 운동에서 발생하고 있는 트랜스젠더퀴어 혐오, 바이섹슈얼 혐오를 다룬 글입니다. LGBT/퀴어 운동과 행사는 끊임없이 동성애자의 행사와 운동으로 등치됩니다. 지난 일요일에 진행한 퀴어문화축제 행사도 여러 언론에서 동성애 자긍심 행진으로 소개하고 있고요. 동시에 LGBT/퀴어 관련 행사에 참가하는 많은 사람이 그 행사를 동성애자 행사로 설명합니다. 그 자리에 있는 트랜스젠더퀴어와 바이섹슈얼은 어떻게 될까요? 동성애로 수렴할 수 없는 많은 퀴어는 또 어떻게 될까요? 이 질문을 담아, 저는 페미니즘에서 트랜스젠더퀴어 혐오,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의 바이섹슈얼 혐오를 다룬 글을 썼습니다.

제가 트랜스혐오와 관련한 글을 쓴다면 그러려니 하시겠지요. 하지만 바이혐오와 관련한 글을 썼다니 의아하실 수도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바이섹슈얼이면서 트랜스젠더 활동가인 캔디와 10년 가까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고, E를 만나며 그리고 엄청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트랜스젠더퀴어 이슈와 바이섹슈얼 이슈를 분리해서 사유할 수 없음을 배웠습니다. 제가 함께 활동한 많은 활동가가 바이섹슈얼이고 많은 트랜스젠더가 바이섹슈얼로 자신을 설명합니다. 그래서 매우 얕지만, 허접하지만 그래도 바이섹슈얼 혐오를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트랜스혐오는 이경, 김정란, 임옥희의 글을 주요 비판 대상으로 삼았고, 바이혐오는 미국에서 발생한 한 사건과 [일다]에 실린 글을 주요 논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글의 논점은 혐오가 나쁘다가 아닙니다. 혐오가 작동하는 방식, 혐오로 우리가 세상과 조우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저로선 다소 실험적 접근이라 아쉬운 점이 많지만 암튼 그랬습니다. 그리고 제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매우 단순합니다. 많은 사람이 혐오를 확실한 것, 분명한 것으로 접근하는데 그러지 말자고, 혐오를 사유하자고 제안합니다. 진부하죠?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저는 이 제안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혐오를 사유하자고요. 여성혐오에 분노하는 페미니스트가 트랜스젠더를 혐오하고, 보수기독교연하는 이들의 LGBT/퀴어 혐오에 분노하는 동성애자가 바이섹슈얼을 혐오하는 상황, 이 복잡한 상황에서 혐오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혐오는 대립관계로 자명하게 설명할 사건이 아니라 사유의 대상이자 분석틀이어야 합니다.

암튼 이런 글이 [여성혐오가 어쨌다구?: 벌거벗은 말들의 세계](윤보라, 임옥희, 정희진, 시우, 루인, 나라 공저)에 실렸습니다. 책을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고...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검색할 경우 부제나 세부 항목으로는 절대 검색이 안 되더라고요. 단행본 제목이 일치해야만 찾아주고요. 그래서 트랜스혐오나 바이혐오와 관련한 자료를 좀 더 찾으려 해도 인터넷 서점에선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이렇게 블로깅으로 흔적을 남기려고요...

...그러니까 결국 홍보 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홍보용으로 쓰는 블로깅입니다... 흐흐흐.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늘 책이 나오면 이렇게 홍보를 했지요. 후후후. 하지만 갈 수록 이런 일이 부끄럽네요. ㅠㅠ


2015/06/30 15:52 2015/06/3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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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솜writer  2015/07/01 00: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호..책이 나왔다구요?ㅎㅎ
    서점에 가면 있나여?ㅎㅎ
    암튼 자신이 쓴 책을 홍보한다는데 말릴 사람이 누가 있나요ㅋㅋ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는 책 같군요;ㅅ;
    읽어봐야지..ㅋㅋ
    • 루인  2015/07/02 00:04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미 나왔습니다! 흐흐흐
      흥미로울지 아닐지는 직접 읽어보시면...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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