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출처: http://queerarchive.org/bbs/171510

퀴어락의 "주목! 이 자료"에 작성한 글입니다. 더 많이 공유하려고, 기록을 위해 남기려고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가급적 위의 원 출처로 가셔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



2010년 한 고등학생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주관하는 '2010년 인권논문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에 선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학생은 다른 인권활동가와 싸우는 인권위에서 주는 상을 받을 수 없다며 수상을 거부하였습니다.

이후 줄줄이 많은 단체와 개인이 인권위에서 주관하는 시상식에 불참하거나 수상을 거부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1년도 더 전에...

2009년 초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단체 협력사업에 지원했고 선정되었습니다. 재정 등 많은 것이 어려운 당시 상황에서 협력사업 선정은 무척 크고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협력사업을 통해 지렁이는 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첫째, 당시 정부는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에 참가한 시민단체에 가급적 정부 기금을 지원하지 않도록 행정 지도/권고를 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협력사업 단체를 선정했음에도 이런 권고에 따라 사업 개시 시기가 훨씬 지나도록 기금을 단체에 입금하지 않았습니다. 4월이 지나 5월도 한참 지나서야(두어 달 가량을 지연하고서야) 사업비를 입금했습니다. 그런데, 인권위가 사업을 지연시켰음에도 사업 마감은 기존의 공시대로 마무리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둘째, 당시 이명박 정부가 지명한 신임 인권위원장 현병철을 지렁이는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현병철은 인권과 관련한 아무런 활동이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지명은 인권위를 정부의 뜻에 맞추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한 의도라는 평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인권단체가 현병철의 자진사퇴 및 지명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인권단체의 강력한 반대에도 이명박 정부는 현병철을 인권위원장으로 임명하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렁이는 정부와 인권위의 행태를 비판할 뿐만 아니라 현병철 체제의 인권위와는 협력사업을 할 수 없다고 결정하고 협력사업을 철회하였습니다. 지금 주목하는 자료는 바로, 협력사업 철회를 알리는 성명서입니다. 물론 당시 지렁이의 사업 철회는 별다른 주목을 못 받았습니다.

현병철 위원장 체제에서 인권위의 위상은 이전과 결코 같지 않습니다. 국내외에서 인권위를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보수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결정(인권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결정)도 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혐오 발화를 종종했던 인물을 비상임위원으로 위촉하였고요. 비록 지렁이의 결정은 당시 별다른 주목을 못 받았지만 그 당시의 판단은 정확했고, 최소한 LGBT/퀴어 운동에선 이 활동을 중요하게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덧붙이면, 여러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의 인권협력 사업도 철회했던 지렁이는 2010년 2월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하였습니다. 공식 해소는 2012년 5월이지만 활동 잠정 중단은 사실상 해소에 준하는 결정이었습니다.

관련 문서는 http://queerarchive.org/bbs/171463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시분초를 따진다면 최초가 아닐 수는 있습니다. :)

2015/06/12 21:03 2015/06/1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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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15/06/12 23: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루인  2015/06/14 20:09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을 쓰면서 깨닫기를 어쨌거나 '우리'가 아니면 결코 정리하지 못 할 이야기가 있구나라고...
      참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당시 열심히 활동하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요. 이 문서는 비공개님의 노력이기도 하니까요. :)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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