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 조사" 초판을 슬쩍 봤을 때 인상적인 내용이 있었다. LGBTI 관련 단체에 후원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경제적 상태를 조사했더니 소득이 낮을 수록 후원이나 기부를 더 많이 하고 있으며 소득이 높을 수록 후원이나 기부를 더 적게 하고 있었다. 하층의 22%가 후원이나 기부를 하거나 했다면 상층은 단지 7%였다. 동시에 LGBTI 커뮤니티의 역량 강화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복수응답자 중 두 번째로 많은 45%가 개인적 성공과 성취였고, 인권 단체 활동 후원은 24%였다.

이러한 조사 내용은 정말 많은 것을 고민하도록 한다. 소득 수준이 낮을 수록 후원을 더 많이 한다는 것은 소득이 높을 수록 인권단체의 활동이 아니라 소득 수준으로 자신의 불안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일까? 사회적 위험과 위협 요소에 대비하는 거의 유일한 조건이 소득 수준이기 때문에 이런 것일까? 알 수 없다. 개개인의 차이가 상당하기에 내가 함부로 예단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그런데 커뮤니티 역량 강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로 두 번째로 높은 응답은 '개인적 성공과 성취'였다. 나는 궁금했다. 개인의 성공과 성취가 커뮤니티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어떤 도움이 될까? 개인의 성공과 성취가 커뮤니티의 역량을 강화로 이어지기 위해선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이 없다면 개인의 성공과 성취는 그냥 개인의 성공과 성취다.

나는 후원이나 기부 경험에 있어 소득이 적을 수록 후원 경험이 많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다른 말로 소득이 적을 때 1,000원이건 5,000원이건 10,000원이건 후원이나 기부를 경험한 사람이 소득이 늘어나고, 개인이 성공하고 성취를 했을 때도 기부나 후원을 한다고 믿는다. '지금은 내 소득이 이것 뿐이니까 나중에 두 배 이상으로 벌면 그때 후원을 해야지'라는 마음가짐은 무척 훌륭하지만, 슬프게도 소득이 두 배로 늘어나면 생활소비 방식도 달라져서 후원을 할 여유가 쉽게 생기지는 않는다. 월 소득 30만 원일 때 5,000원이라도 후원을 해본 사람이 소득이 100만 원일 때도 후원을 한다. 물론 누구나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있고 그 비용을 중심으로 소득을 분배한다. 그러니 함부로 이야기할 부분은 아니다. 그럼에도 약간의 여유를 만들어서 후원과 기부를 시작할 때 개인의 성공과 성취도 공동체의 것으로 의미를 갖는다.

그냥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별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여기로


2015/05/08 22:05 2015/05/0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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