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관련한 글을 읽고 있노라면 그 정의와 관련하여 끝없는 순환에 빠진다. 아니 그 전에 혐오는 嫌牾인지 嫌惡부터가 헷갈린다. 혐오의 두 가지 의미로 인해 인간을 향한 혐오와 곤충을 향한 혐오를 동급으로 두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반드시 그렇진 않겠지. 아무려나 혐오가 嫌牾인지 嫌惡인지 헷갈리지만, 혐오는 규정되기 힘든 언어인가 싶을 때가 있다.  "**혐오는 **을 향한 적대, 증오, 공포"라고 정의되는 일이 많은데 이럴 때 적대, 증오, 공포는 또 무슨 뜻일까? 이들 각각은 어떤 식으로 정의/규정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고민에 있다보면, 사전적으로 이들 용어는 끊임없이 순환고리에 빠진다. 혐오를 알려면 증오를, 증오를 알려면 공포를, 공포를 알려면 적대를, 적대를 알려면 혐오를 알아야 하는 식이다. 우으으.

그러고보면 혐오 관련한 글에서 정작 그 혐오가 무엇을 뜻하는지 규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여성혐오"는 정확하게 무슨 뜻일까? 직관적으로는 알겠지만 정확한 뜻은 모르겠다. 아울러 트랜스혐오를 논할 때면 언제나 성차별주의와 동성애혐오를 함께 이야기하지만, 동성애혐오를 이야기할 땐 트랜스혐오를 언급하지 않으며, 여성혐오를 이야기할 땐 때때로 동성애혐오와 별개로 다룬다. 동성애혐오를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동성애자 자신도 바이혐오는 공공연히 한다. 왜일까? 이런 구분은 어떤 이유로 발생하는 것일까? 이것은 차별의 수위, 억압 받는 정도를 표지하는 것일까? 이런 저런 고민이 후두둑 쏟아진다.

그러니까 어려운 문제다. 당연한 말이지만 정말 어려운 문제다. 온갖 학문을 다 파헤쳐도 이해할 수 있을까 말까한 주제다. 그래서 재밌고 신난다.

2015/05/07 22:41 2015/05/07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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