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글을 두 편 써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물론 나는 영어로 글을 쓸 능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나는 단지 한국어로 글을 쓴다. 그리고 한영 번역 전문기관에 의뢰를 해서 영어로 바꿔야 한다. 그 다음 제대로 번역이 되었는지 검토를 해야 한다.

나의 걱정은 번역에 있었다. 글을 쓰는 것이 주는 걱정이야 늘 겪는 것이고 내 일상이니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을 독자로 삼는 글쓰기에 비하면 더 많은 긴장을 느꼈다. 나의 글은 현장 보고서와 이론적 탐문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큰 걱정은 트랜스젠더 연구 논문, 퀴어 연구 논문, 페미니즘 연구 논문을 충분히 잘 번역해줄 곳을 찾는 것이었다. 미묘하고 복잡한 논의 지형을, 퀴어 논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번역한다면 얼마나 어떻게 할까? 궁금했다. 걱정이 가득하다.

그래서 번역 전문 업체 중에 퀴어트랜스페미니즘 이슈를 다루는 논문을 영어나 여타 다른 외국어로 번역해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었다. 내가 영어를 못 해서 품는 고민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문화번역의 문제기도 하다. 한영 번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E와 종종 이야기를 하는데, 퀴어트랜스페미니즘 관련 논문이나 단행본을 전문으로 영한 번역 혹은 다른 여러 외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 한국 사회에 공유하면 정말 좋을 많은 지식이, 영어를 읽을 수 있고 공부를 하고자 하는 소수의 연구자만이 읽고 그 지식을 독점하고 있다. 심각한 문제다. 지식의 독점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많은 것을 해야 하는데 그 중 하는 번역 작업이 필수다. 하지만 퀴어 관련 단행본을 전문으로 출판하는 곳은 수익을 장담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이것은 번역자, 편집자, 그리고 많은 사람의 임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늘 헛된 꿈처럼, 망상처럼 나누는 이야기다.

아무려나 퀴어-트랜스-페미니즘 관련 논문이나 단행본을 전문으로 번역하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


2015/03/01 23:39 2015/03/0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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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제이  2015/03/02 04: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쩐지 반가운 망상! 삐라를 시작으로 언젠가 번역을 포함하여 퀴어/LGBT 관련 단행본 전문 출판사가 되길 바랐는데 당연히? 갈수록 요원하네요. 흑흑.
    • 루인  2015/03/02 23:53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아.. ㅠㅠㅠ
      그나저나 3호를 위한 지원금을 받으셨다니 축하드려요!
  2.   2015/03/03 12: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끔 얻어걸리는(?) 경우 중에, 영미권에서 박사유학 중이면서 알바로 번역일 (업체에 속해서든 프리랜서로든) 하시는 분들이 꽤 있는데 그런 분들 중에서 자기 논문주제나 아니면 훈련과정 속에서 배운 지식을 기반으로 퀴어/페미니즘/트랜스젠더 스터디 번역을 잘 해주실 분들이 (간혹) 있어요. 찾기가 어렵긴 하지만…성공하시기를 바라봅니다!
    • 루인  2015/03/03 23:44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어어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네요! ㅠㅠㅠ
      그저 영어로 직역만 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이것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라 걱정, 또 걱정이에요. 하지만 그럼에도 저보다는 백배 천배 잘 할테니 엉뚱한 걱정인가 싶기도 하고요.. 하하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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