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트랜스젠더가 연행하는 것, 반복 수행하는 것 중 하나는 젠더의 수행만이 아니라 섹스의 수행인지도 모른다. 더 정확하게는 트랜스젠더가 젠더를 어떻게 수행하는가를 질문할 뿐만 아니라 섹스를 어떻게 수행하는가릋 질문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먼 예를 들어, 1960년대였나 아그네스란 mtf/트랜스여성은 성전환수술을 위해 의사를 찾아갔다. 담당 의사는 아그네스의 호르몬 수치, 신체 외형 등을 검사했더니 평균적 여성의 그것에 가까웠다. 단지 염색체만 XY였다. 의사는 놀라워하며 아그네스를 인터섹스로 독해하며 성전환수술을 시행했다. 수술이 끝난 뒤 아그네스가 밝히기를 자신은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먹는 에스트로겐 제제를 먹어왔다고 했다. 인터섹스 몸이라기보다는 어릴 때부터 에스트로젠을 투여한 몸이었다.
(디테일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경험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아그네스가 의료진이 규정하고 원하는 젠더를 적절히 잘 수행했다는 점만이 아니다. 아그네스는 의사 앞에서, 이른바 의사의 의료적 진료 앞에서 섹스(생물학적으로 타고난다고 여기는 것)를 수행했다. 그리고 이른마 과학적 검사, 연구는 이 수행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아그네스만의 경험이 아니다. 섹스와 젠더의 구분을 문제 삼아야 함과는 별개로, 섹스와 젠더를 구분할 뿐만 아니라 섹스와 젠더를 본질로 엮는 사회적 인식에서 트랜스젠더의 젠더 수행은 동시에 섹스 수행이다. mtf/트랜스여성이 여성 젠더로 통할 때, 천상여자로 통할 때 이때 사람들은 mtf의 섹스 역시 의심하지 않고 XX인 사람일 것이라고 믿어버린다. ftm/트랜스남성이 남성 젠더로 통할 때, 상남자로 통할 때 이때 사람들은 ftm의 섹스 역 별다른 의심 없이 XY로 믿어버린다. 섹스-젠더 본질주의가 여전히 강고한 사회에서 원하는 젠더로 통하는 트랜스젠더는 섹스와 젠더를 동시테 수행하고, 젠더를 성공적으로 인용함은 곧 섹스를 성공적으로 인용함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비의료 트랜스젠더, 젠더퀴어 역시 섹스를 수행한다. 의료적 조치와 갈등하는 mtf/트랜스젠더가, 스스로를 남성으로 인식하지 않거나 남성으로 동일시하지 않는 mtf/트랜스젠더, 여성이나 남성이 아니라 트랜스젠더나 젠더퀴어로 통하길 원하는 이가 남성으로 통할 때 이것은 젠더를 인식함에 있어 해석의 간극, 괴리를 발생시킨다. 본인은 자신의 몸을 비남성의 몸으로 독해하고 타인은 남성의 몸으로 인식할 때 섹스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경합하고 해석해야 하는 논쟁의 장이 된다. 이 순간 섹스는 각자의 해석이 경합하는 장이 된다. 더군다나 어차피 누구도 염색체를 확인하면서 섹스-젠더를 규정하지 않음을 떠올린다면, 섹스는 매우 막연하고 환상의 장으로 남아가버린다. 섹스는 미스테리. ftm/트랜스젠더의 몸, 젠더퀴어의 몸 역시 마찬가지다. 트랜스젠더/젠더퀴어에게 섹스는 논쟁의 장이 되고 그리하여 성공적으로 수행하느냐, 갈등과 의심을 야기하는 방식으로 수행하느냐, 어떤 틈새와 의심은 존재하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수행하느냐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장이 된다.

트랜스젠더/젠더퀴어만이 아니라 이 사회 구성원은 기본적으로 젠더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작업을 통해 자신의 섹스를 성공적으로 인용하고 또 재현한다. 비트랜스젠더가 비트랜스젠더로 의심 받지 않기 위해선 자신의 젠더 실천을 통해 섹스 범주도 의심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행하는 주요 요소는 젠더 만이 아니라 섹스며, 섹스를 의심받지 않도록 하는 실천이다. 그렇다면 섹스 자체를 다시 질문해야 하지 않을까?


2015/02/20 10:36 2015/02/2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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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진오  2015/02/22 07: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그네스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그 글의 맨 끝에는 그 글을 작성한 의사?인 사람이 NOTE로 짧게 이런 말이 나오지 않았나요?

    의사 본인은 나중에 알았지만 아그네스는 인터뷰 하는 시점에서도 약간의 거짓말? 과장?으로 스스로의 젠더를 (남성인) 의사 앞에서 포장했다고...
    • 루인  2015/02/22 21:22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고 보니 그랬던 기억이...
      근데 그것 역시 젠더를 통한 섹스의 수행이기도 하니까요...라고 일단 쉴드를 쳐봅니다... 크 ;;;;;;;;;
      그나저나 의사의 진술과 해석하는 방식 자체를 좀 조밀하게 살펴도 흥미로울 듯해요. 어쨌거나 의사는 자신의 잘못이나 무지를 숨기거나 옹호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할테니까요.
  2. 진오  2015/02/22 07: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루인님은 자주 트랜스젠더/젠더퀴어를 이렇게 언급하시는데 이유가 어찌 되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 루인  2015/02/22 21:24     댓글주소  수정/삭제
      트랜스젠더/젠더퀴어, 트랜스젠더퀴어 등 몇 가지 방식으로 쓰고 있는데요.
      지금은 어떤 식으로 표현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는 단계라서 이것저것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 쓰고 있어요.
      미국 학제 맥락에선 젠더퀴어가 트랜스젠더에 포섭될 수도 있지만, 한국의 실사용에선 그렇지 않는 반응도 있고 때때로 젠더퀴어가 트랜스젠더를 포괄한다는 식의 이해도 가끔씩 접할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변화의 양상, 용어 경합의 양상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란 고민에서 이것저것 써보고 있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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