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이상하다는 감이 있어서 쓰는 글.

예전에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글을 쓰곤 했다. 지금도 필요하다면 쓰곤 한다. 하지만 이것이 페미니즘과 트랜스젠더리즘을 적대하는 방식으로, 서로 대립하는 논의로 독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나 자신 트랜스페미니스트란 점에서, 그리고 내가 알고 있고 또 친한 많은 트랜스/퀴어 페미니스트를 떠올린다면 트랜스젠더와 페미니즘을 적대나 대립으로 이해하는 것은 무척 곤란한 일이다. 이원 젠더로 사유하는 젠더 인식론을 강하게 비판한다고 해서 이것이 페미니즘을 적대하거나 비난해야 할 대상으로 해석할 근거는 없다. 인식론적 전회를 요청하는 것이며, 트랜스페미니즘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방법일 뿐 나는 단 한 번도 페미니즘이 잘못되었다거나 그 자체로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나의 인식론적 밑절미는 페미니즘이다. 내가 처음으로 숨통이 트인다고 느꼈던 순간도, 내가 정말 즐거웠던 순간도, 내가 트랜스젠더 이론을 공부할 수 있었던 계기도 모두 페미니즘을 접하면서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페미니즘과 강한 교차성을 형성하며 혹은 페미니즘의 자장 안에서 작업을 하고 있고 할 것이다. 나아가 퀴어이론이나 트랜스젠더리즘이 페미니즘과 완전 분리된, 별개의 학문으로 성립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이 퀴어이론이나 트랜스젠더리즘을 별개로 사유해선 안 된다고 믿는 이유와 동일하다. 물론 어떤 페미니스트는 트랜스젠더를 적대하고 또 혐오했다. 그래서? 이것이 페미니즘 자체를 비난하거나 페미니즘 자체를 적대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그냥 개별 페미니스트, 혹은 어떤 경향성을 비판할 뿐이다.


2015/02/15 23:14 2015/02/15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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