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박스가 쌓여 있는 이 사진은 최근에 받은 택배 박스다. 개봉은 했지만 아직 내용물을 제대로 정리 못 한 상태로 방치하고 있는 이 박스엔 1990년대 중반 즈음부터 1970년대 즈음까지, 한국 퀴어의 흔적을 가늠할 수 있는 기록물(자료)이 들어있다. 물론 퀴어와 무관한 기록물도 있고 2000년대 기록물도 있지만 아무려나 그러하다.

인터넷이 성소수자에게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한 1990년대 중반의 한국 기사도 있고, 1980년대 변태 문화를 다룬 글도 있고, 1990년대 초반 동성애의 위험을 경고하는 기독교 문서도 있다. 이것저것 잡다하게 있다. 그 당시엔 단발성으로 끝났을 법한 글이지만 지금에 와선 무척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이것이 내게 슬픈 사진인 이유는 어쩐지 올해 들어 계속 분주하고 바빠서 이 박스를 제대로 정리할 시간이 없어서다. 당연히 내용을 제대로 살필 여유도 없다. 에휴... 다음 주에나 좀 정신을 차릴 수 있으려나.


2015/01/14 06:15 2015/01/14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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