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보던 E가 이미지를 하나 보여줬다. 아마도 퀴어를 혐오하는 듯한, LGBT를 혐오하는 듯한 가족이 피켓을 들고 있는 장면이었다. 피켓엔 "It's not Diversity. It's Perversity."(다양성이 아니다. [성]도착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https://lh5.googleusercontent.com/-jhblDazMhRw/VDXiAtCcpwI/AAAAAAAC3Ug/473KXPDoQjg/w756-h567-no/IMG_20141008_08111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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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lh5.googleusercontent.com/-q9Y5UcEdYsc/VDXiAmmNO8I/AAAAAAAC3Uk/1bpXNXIy8WI/w425-h567-no/IMG_20141007_234802.jpg)
![](https://lh5.googleusercontent.com/-OYOmRIzpPHU/VDXiAkUf-dI/AAAAAAAC3Uk/DkiwJm0J2_E/w425-h567-no/IMG_20141007_234808.jpg)
![](https://lh5.googleusercontent.com/-jhblDazMhRw/VDXiAtCcpwI/AAAAAAAC3Ug/473KXPDoQjg/w756-h567-no/IMG_20141008_081119.jpg)
E와 나는 둘다 이 문구를 보며 좋아했다. 바로 이거야! 사진 속 비장한 표정의 이 가족은 it(그것)으로 표현한 그 무언가를 혐오하는 듯했지만, 이 문구는 퀴어정치학의 지향점(적어도 내가 이해하는 수준에서)을 매우 잘 표현한다고 느꼈다. 정말 바로 이것이다. 퀴어정치학은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도착성을 이야기한다. 비규범적 삶을 이야기하고, 규범성의 문제적 작동을 이야기한다.
때마침 긴팔용 티셔츠를 제작하려고 했던 나는 E와 신나게 떠들며, 이 문구를 사용하기로 했다. "Queer Is Not Diversity. Queer Is Perversity."라고. 나는 이것 자체로 무척 좋다고 판단하지만 잠시 고민하던 E는 이 구절을 읽은 어떤 '퀴어'는 이 구절에 상처를 받을지도 모른다고 염려했다. 그래서 이를테면 "I'm Queer."란 구절을 덧붙이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런저런 구절을 이용해서 티셔츠를 만들었다. 가을에서 겨울을 지나 내년 봄까지 입을 옷이다.
![](https://lh4.googleusercontent.com/-trggTqNnVY8/VDXiAswAubI/AAAAAAAC3Uk/6NkM2zlLNkA/w425-h567-no/IMG_20141007_234712.jpg)
![](https://lh4.googleusercontent.com/-ANYRDfi2X30/VDXiAhguErI/AAAAAAAC3Uk/mLG2oHYluDY/w425-h567-no/IMG_20141007_234718.jpg)
Queer Is Not Diversity. Queer Is Perversity. [퀴어는 다양성이 아니다. 퀴어는 도착이다.]라고 적었다. e가 번데기처럼 보이는 건 그냥 넘어가기로... 디자인을 할 땐 글꼴이 괜찮았는데 출력하니 이런 문제가 생기네... 같은 문구에 글꼴을 바꾸고 색깔 등도 바꿔서 한 번 더 제작할 수도?
![](https://lh5.googleusercontent.com/-6_Jc3E38y2k/VDXiAienxpI/AAAAAAAC3Uk/gNkEt1Md-BA/w425-h567-no/IMG_20141007_234517.jpg)
![](https://lh5.googleusercontent.com/-k0IKcee4g68/VDXiAs0xh_I/AAAAAAAC3Uk/M3_Yzj5iPPE/w425-h567-no/IMG_20141007_234510.jpg)
Queer Is Not Diversity. Queer Is Perversity. I'm Queer. [퀴어는 다양성이 아니다. 퀴어는 도착이다. 나는 퀴어다.]라고 적었다. E의 의견을 반영한 것. 디자인할 때 글꼴이 얇아서 조금 걱정했는데 가장 잘 나왔다. 가독성도 좋아서 이 글꼴을 애용할 듯.
마지막 구절을 I'm Genderqueer.[나는 젠더퀴어다.]라고 쓴 것도 있다. 나는 퀴어며, 트랜스젠더 역시 퀴어 범주에 속하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도 많은 사람이 퀴어를 성적지향만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어서 젠더퀴어라고 적었다. 종종 나를 젠더퀴어로 설명하기도 하고.
![](https://lh5.googleusercontent.com/-q9Y5UcEdYsc/VDXiAmmNO8I/AAAAAAAC3Uk/1bpXNXIy8WI/w425-h567-no/IMG_20141007_234802.jpg)
![](https://lh5.googleusercontent.com/-OYOmRIzpPHU/VDXiAkUf-dI/AAAAAAAC3Uk/DkiwJm0J2_E/w425-h567-no/IMG_20141007_234808.jpg)
I am Transgender. Look at YOU through Me! [나는 트랜스젠더다. 날 통해 널 봐라!]라고 적었다. 글꼴이 걱정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느낌표가 애매하게 나왔다. 그래도 괜찮아.
그나저나 얇은 긴팔 티셔츠겠거니 했는데 두껍고 따뜻한 티셔츠다. 그리고 꽤나 예뻐서 스키니진과 입으니 잘 어울린다. 우후후. 매우 만족.
+"나도 이런 거 원해!"라는 분은 안 계시겠지? 흐흐흐.
++한국어로 디자인한 티셔츠도 있는데 제작은 않했다. 이유는 간단한데 글꼴이 안 예쁘다. 영어 철자는 다양한 글꼴이 예쁘게 적용되는데, 한글은 글꼴을 바꿔도 크기만 조금씩 변할 뿐이다. 그래서 주문제작을 포기했다. 외국사이트를 이용하니 이런 문제가 있네. 퓨우…
+++근데 이런 거 만들어 입고 다녀봐야, 안전하다. 정말 안전하다. 한국어로 제작하면 좀 알아보려나... 영어와 한국어의 문제일까, '남의 티셔츠에 적혀 있는 문구 따위'일까. 결국 티셔츠로 하는 퀴어 실천 따위, 그냥 깨작거리는 행동일 뿐이다. 그저 나를 위로하는 행동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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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티셔츠를 받고 확인하며 순간, mel이 뭐지? 했어요.. ;ㅅ; 흐흐흐.
꼭 친한 척 하겠습니다. 후후후.
말씀하신 것처럼 혐오자들의 발언은 때때로 퀴어정치와 매우 닮아서 '오호라'라는 반응과 괜찮은 아이디어구나란 반응을 할 때가 있어요. 흐흐
그나저나 수업 전에 이 사진을 올렸다면 수업 때 얘깃거리를 제공했을 텐데 싶기도 하고요. 흐흐
텍스트 정치와 젠더표현의 정치 사이는 언제나 고민이에요.. 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