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이 없다면 그것만으로 축복받은 삶이라고 고민하는 요즘이다. 혹은 비염이 있다는 건 그 자체로 불편하고 또 불쌍한 삶이라고 구시렁거리는 요즘이다. 질병은 삶과 세상을 다르게 인식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다. 하지만 질병은 또한 고단하다. 피곤하다. 드러누워선 진정되길 바라는 것만이 거의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니, 이건 좀 너무하잖아. 그렇다고 드러누워선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을 수 있느냐면 그렇지도 않잖아. 무언가는 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은 늘 충분하다. 시간이 부족할 뿐이고 내가 게으를 뿐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몸을 훈련하는데 맑은 코는 계속 줄줄 흐른다. 콧물꼭지가 터졌습니다... 불편해. 귀찮아. 번거로워. 아무 것도 예측할 수 없는 비염은 그래서 예측할 수 없지만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살 것을 요구한다. 번거로워. 정말 번거로워.
2014/09/01 06:12 2014/09/0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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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14/09/02 09: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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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혜진  2014/09/03 05: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염의 귀찮음은 겪어보지 않으면 상상하기 힘들죠. 겨울이 오면 좀 나아지려나요 ;ㅁ;
    • 루인  2014/09/05 06:21     댓글주소  수정/삭제
      겨울이 오면 좀 괜찮아지길 바랄 뿐이에요.. 훌쩍.. 훌쩍...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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