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게도, 파일 공유가 가능할 때 까지 기다려서야 원하는 영화를 접하는 루인으로서는 드물게, 개봉한지 며칠 되지도 않은 [왕의 남자]를 접했다. 아침 9시 상영을 선택할까 했지만, 어제가 일요일인지라 내일 [청연]을 9시로 계획하고, 느긋하게 준비해서 오전 11시 35분을 선택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간, 중간 찔끔찔끔 울다가 마지막엔 훌쩍거리며 울었다.
※당연히 스포일러 많아요!!!
[왕의 남자] 감독이 [황산벌] 감독이라고 해서 여러 날 전에 [황산벌]을 먼저 접했었다. 비윤리적이고 폭력적이지만 흥미로운 영화라는 게 현재 남아있는 느낌이다.
이런 이유로 [왕의 남자]에 대한 기대는 복잡했다. 개봉하기 전부터 동성애와 관련 있단 입소문이 자자했고 감독은 권력에 관한 영화라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전작을 확인하고 싶어서 접했고, 그로 인해 동성애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가졌던 기대는 얼마간의 불안으로 바뀌었다. 그 와중에 김태웅의 희곡집 [이爾]를 읽었다.
먼저, 녹수. 영화에서 중요한 한 축을 이루는 녹수와 접하며, 이 영화는 '이성애'가 개입한 4각 관계 영화가 아니라 '동성애' 3각 관계구나 했다-_-;; 녹수의 연산을 향한 "애정"은 연산을 향한 것이 아니라 연산으로 나타나는 권력을 향한 애정이다. 당시의 유교, 신분제, 젠더차별, 성차별 등등의 각종 억압이 난무한 상황에서 권력욕을 가진 녹수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연산에게 "간택"되어 아이를 가지는 것. 그렇기에 녹수는 요부가 아니라 협상력을 가진 인물이다(이런 의미에서 [신돈]의 기황후 만큼이나 멋지다). 녹수가 공길에게 누명을 씌우고 죽이려고 했던 이유는 연산의 사랑이 공길에게로 이동해서가 아니라 그로 인해 자신의 권력 기반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으로 읽었다.
공길, 장생, 연산 이렇게 셋의 관계를 적는 건 너무 진부할 것 같다. 실은 진부해서가 아니라 한 번은 더 접해야만 쓸 수 있을 것 같다. 일테면 연산의 권력을 가지고 싶음과 권력에서 벗어나고 싶음의 욕망은 편견으로서의 SM을 떠올리게 한다(그러니까 머리 벗겨지고 배나온 회장님, 정치인들이 마조히즘적 쾌락을 좋아한다는 그런..). 공길과 장생의 애정관계와는 달리 연산의 공길을 향한 애정은 좀 더 복잡하다. 연산의 왕이라는 계급과 공길의 광대라는 더 이상 낮아질 것도 없는 계급 사이의 거리. 공길의 놀이판을 따라하며 공길에게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연산의 욕망(녹수에게선 위로 받고 싶어 하는데, 바로 이 점이 젠더로 읽을 때의 핵심적인 차이다)과 공길의 빗나간 화살에 놀란 후 입 맞추는 장면. 연산이 쓰고 공길, 장생 등이 연기한 중국의 경극을 통해, 그리고 공길에게 보여준 첫 그림자 연극을 통해 공길에게서 엄마와 아빠를 동시에 찾고 싶어 하는 욕망. 이런 복잡한 요소들로 인해 연산에게서 '동성애'적 욕망과 이성애적 욕망을 동시에 느꼈다. 때문에 기회를 만들어 다시 접하고 싶고 그러고 나서야 셋의 관계를 좀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간, 중간 찔끔찔끔 울다가 마지막엔 훌쩍거리며 울었다.
※당연히 스포일러 많아요!!!
[왕의 남자] 감독이 [황산벌] 감독이라고 해서 여러 날 전에 [황산벌]을 먼저 접했었다. 비윤리적이고 폭력적이지만 흥미로운 영화라는 게 현재 남아있는 느낌이다.
황산벌 계속 읽기..
이런 이유로 [왕의 남자]에 대한 기대는 복잡했다. 개봉하기 전부터 동성애와 관련 있단 입소문이 자자했고 감독은 권력에 관한 영화라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전작을 확인하고 싶어서 접했고, 그로 인해 동성애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가졌던 기대는 얼마간의 불안으로 바뀌었다. 그 와중에 김태웅의 희곡집 [이爾]를 읽었다.
먼저, 녹수. 영화에서 중요한 한 축을 이루는 녹수와 접하며, 이 영화는 '이성애'가 개입한 4각 관계 영화가 아니라 '동성애' 3각 관계구나 했다-_-;; 녹수의 연산을 향한 "애정"은 연산을 향한 것이 아니라 연산으로 나타나는 권력을 향한 애정이다. 당시의 유교, 신분제, 젠더차별, 성차별 등등의 각종 억압이 난무한 상황에서 권력욕을 가진 녹수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연산에게 "간택"되어 아이를 가지는 것. 그렇기에 녹수는 요부가 아니라 협상력을 가진 인물이다(이런 의미에서 [신돈]의 기황후 만큼이나 멋지다). 녹수가 공길에게 누명을 씌우고 죽이려고 했던 이유는 연산의 사랑이 공길에게로 이동해서가 아니라 그로 인해 자신의 권력 기반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으로 읽었다.
공길, 장생, 연산 이렇게 셋의 관계를 적는 건 너무 진부할 것 같다. 실은 진부해서가 아니라 한 번은 더 접해야만 쓸 수 있을 것 같다. 일테면 연산의 권력을 가지고 싶음과 권력에서 벗어나고 싶음의 욕망은 편견으로서의 SM을 떠올리게 한다(그러니까 머리 벗겨지고 배나온 회장님, 정치인들이 마조히즘적 쾌락을 좋아한다는 그런..). 공길과 장생의 애정관계와는 달리 연산의 공길을 향한 애정은 좀 더 복잡하다. 연산의 왕이라는 계급과 공길의 광대라는 더 이상 낮아질 것도 없는 계급 사이의 거리. 공길의 놀이판을 따라하며 공길에게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연산의 욕망(녹수에게선 위로 받고 싶어 하는데, 바로 이 점이 젠더로 읽을 때의 핵심적인 차이다)과 공길의 빗나간 화살에 놀란 후 입 맞추는 장면. 연산이 쓰고 공길, 장생 등이 연기한 중국의 경극을 통해, 그리고 공길에게 보여준 첫 그림자 연극을 통해 공길에게서 엄마와 아빠를 동시에 찾고 싶어 하는 욕망. 이런 복잡한 요소들로 인해 연산에게서 '동성애'적 욕망과 이성애적 욕망을 동시에 느꼈다. 때문에 기회를 만들어 다시 접하고 싶고 그러고 나서야 셋의 관계를 좀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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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의 남자]에서 불편했던 점 Tracked from Run To 루인 2006/01/08 17:22 delete
- [왕의 남자]: 트랜스 (1부) Tracked from Run To 루인 2006/01/09 13:33 dele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