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혹은 행사의 공지사항을 이곳에 옮기는 게 적절한지 고민입니다만.. 다음의 공지사항은 많은 분이 읽으셨으면 해서 전문 무단(!) 전제합니다. 꼭 전문을 다 읽으셨으면 합니다.
이 공지사항을 적었을 분들, 이 결정을 하셨을 분들이 얼마나 많은 인내를 하셨을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속상해 했을지 떠올리니 슬프기도 합니다.
덧붙여, 이런 말 해서 무엇하나 싶지만 저는 특별한 변동이 생기지 않는다면, 서울LGBT필름페스티벌엔 참가해도 서울LGBT영화제엔 참가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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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퀴어문화축제의 공식 영화제 명칭은 ‘제14회 서울LGBT필름페스티벌(Seoul LGBT Film Festival, SeLFF)’입니다. ‘2014년 서울LGBT영화제’는 퀴어문화축제와는 전혀 무관한 영화제임을 알려드립니다.
퀴어문화축제는 지난 2000년 성소수자의 자긍심 고취와 우리만의 문화를 마음껏 향유하는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문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편견의 벽을 무너뜨리고 소통의 장을 열어보자는 기치 아래 그동안 퍼레이드뿐만 아니라 영화제, 파티, 전시회, 토론회,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꾸려왔습니다.
특히 영화제는 지난 2001년 ‘무지개영화제’라는 타이틀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영화’라는 도구를 통한 소통과 문화 향유의 가능성을 높이는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2007년 ‘서울LGBT필름페스티벌’이라 하여 ‘셀프(SeLFF)’라는 약칭을 가진 영화제로 발돋움하였습니다. 이어 2011년에는 김조광수 감독이 영화제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영화제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퀴어문화축제의 영화제팀인 ’영화제 기획단‘을 ’집행위원회‘ 체계로 개편해 행사를 기획함에 있어 보다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성격을 갖도록 했습니다. 이후 현재까지 영화제는 퀴어문화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으로서 위상을 확고히 해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4월 영화제 집행위원회가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에 한 마디 말도 없이 영화제 공동 주최에서 축제를 일방적으로 제외하는 일이 있었고, 이에 축제조직위에서 이의를 제기하자 다시 영화제 포스터에 공동 주최로 명기는 하였습니다. 하지만 공동 주최에서 축제를 제외하는 것에 대해 영화제 프로그래머도 모르고 있었을 만큼 내부 회의도 거치지 않은 것임을 알고 축제조직위는 김조광수 집행위원장에게 한번 만나서 회의를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수차례 제안에도 불구하고 6개월 가까이 약속을 계속 미루며 왜 공동 주최에서 제외하려했는지를 설명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9월에 드디어 마련된 회의 자리에서 이에 대해 해명하는 대신 “서울LGBT영화제는 퀴어문화축제에 소속된 팀이 아니라 지난 2011년 집행위원회 체계로 바뀔 당시 이미 독립했다”는 주장을 일방적으로 내놓았습니다.
사실 퀴어문화축제 내에서 영화제의 재정적 분리와 조직적 독립에 대한 논의는 2011년 이전부터 있어왔습니다. 장기적 안목으로 볼 때 영화제라는 특수성을 십분 살리고 더욱 발전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독립의 필요성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오랜 역사가 있는 조직인 만큼 제대로 된 독립의 절차를 거치는 것 역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 한 번의 논의도 없이, 더군다나 6개월이나 만나자는 제안을 회피해 온 측에서 이제와 3년 전에 이미 독립한 단체라고 내세우는 것을 납득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에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영화제 집행위가 축제조직위원회 전체 회의에 영화제 독립을 안건으로 내면 서로 협의하고 합의하는 절차”가 가능함을 제안했습니다.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회의는 축제를 준비하는 20여명이 넘는 모든 기획단이 참여하는 회의이며, 지난 14년 동안 퀴어문화축제는 퍼레이드/영화제/파티/이벤트 등 각 팀별로 실무적인 회의를 진행함과 동시에 축제 전반에 관한 논의는 월 1~3회 정도 열리는 전체 회의에서 치열하게 서로 의견을 주고받아 의견 합의를 해왔습니다.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이와 같은 사항을 영화제 집행위원회측에 재차 전달하며 대화를 시도했으나 영화제 집행위원회측은 “서울LGBT영화제는 2011년 새로운 고유번호증을 발급받은 비영리단체로서 독립되어 있음을 법적 행정적 절차가 입증하고 있다”는 내용을 들어 “영화제는 축제에서 독립한 별개의 행사”라는 주장만을 반복했습니다. 이 논의 과정에서 영화제 집행위원회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있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2007년부터 영화제에서 일한 홀릭 프로그래머를 비롯 몇몇 스태프들이 사퇴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영화제 집행위원회측에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기 위해 서울LGBT영화제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며 다만 이제 “퀴어문화축제와는 관계없는 영화제인 바, 영화제 명칭과 회차 사용을 중지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공식적인 답변과 최종 합의 절차도 없이, 또다시 일방적으로 SeLFF의 명칭을 사용하며 2014년 서울LGBT영화제의 개최를 공지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퀴어문화축제는 원만한 해결을 위한 더 이상의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퀴어문화축제의 가치와 정신을 공유하는 영화제를 지켜나가기 위해 ‘제14회 서울LGBT필름페스티벌(Seoul LGBT Film Festival, SeLFF)’을 개최할 것을 공식적으로 밝힙니다.
갈등이 있는 모든 일에는 각자의 입장차가 있을 수밖에 없고, 당사자들에겐 중요한 부분들이 제 3자에게는 부질없어 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이 사태에 어리둥절하실 분들도 계시고 혹은 영화제가 두 개가 되는 것은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보실 분도 계실 것입니다. 어떤 의견이든 판단이든 존중되어야 할 것이고 또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각자가 최선을 다해야 할 뿐이겠지요. 다만 많은 분들에게 혼돈이 없길 바라며 공지를 올립니다.
퀴어문화축제는조직위원회는 축제의 사명과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더욱 열심히 2014년 퀴어문화축제를 준비하겠습니다. 아울러 열악한 상황에서의 준비로 부족함이 많겠지만 작아도 알찬 영화제, 성적소수자 커뮤니티와 함께 하는 영화제로 거듭나고자 하는 2014년 제14회 서울LGBT필름페스티벌에도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년 12월 17일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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