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웰컴 투 동막골]을 접했다. 영화에 대한 흥미보단, 민족주의와 관련한 텍스트로의 흥미 때문이었다. "웰컴 투 동막골"을 "웰컴 투 김일성"이란 식으로 해석한 기사가 있단 얘길 접하고 나중에 접해야지 했다. (이런 측면에서, [공동경비구역 JSA]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이 영화를 읽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텐데, 일테면 이랑 친구, Mars는 여일(강혜정 분)의 몸을 영토화하고 부정적인 의미에서 공간화한, 여일의 몸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해석했다. 동감.


루인이 이 텍스트를 느끼다 충격 받은 부분은, 감자밭에서 먹을 것을 찾는 멧돼지를 잡고 난 다음 장면들이다. 멧돼지를 잡은 다음, 동막골 원주민들은 멧돼지를 먹지 않고 그냥 땅에 묻었다. 하지만, 6명의 군인들은 왜 멧돼지를 잡아먹지 않느냐고 불만을 터뜨리며 밤에 몰래 멧돼지를 잡아먹는다. 생명을 죽이고 음식화하여 고기로 뜯어 먹는 장면도 견디기 힘들지만, 이 육식을 통해 '남성'연대를 다지는 장면은 정말 흥미로웠다. 그 전까지 어색하고 서로를 향한 경계심을 품고 있던 6명은 이 육식을 통해 어색함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남성'연대를 다지는데, 육식이 '남성'다움/'남성'연대에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관련해서, 이 장면을 통해 동막골 사람들은 육식을 하지 않는 채식주의자라고 알려준다. 감독이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채식을 하면 성격이 선해진다, 덜 폭력적으로 변한다, 순해진다, 하는 편견들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채식을 하면 성격이 선해진다고? 그럴 리가. 채식을 해서 성격이 순해지고 착해진다면 루인의 이 악랄한 성격은 어떻게 설명하란 말이냐. 뭐, 채식을 통해 그나마 이 정도라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_-;;;
2005/12/29 22:22 2005/12/29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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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06/05/29 00: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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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인  2006/05/30 23: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루인의 해석으론, 여일을 매개로 해서 내용이나 긴장이 변화하는데 그 지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동막골에서 군인들이 대치할 때 "니 쟈들하고 친구나"라는 말로 긴장을 해소하는 식, 여일의 죽음이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인들이 연합하는 큰 계기가 된다든지 하는 부분들을 말한다고 느꼈어요. 이런 의미에서 여일의 몸이 대리전쟁터가 되었다고 느꼈거든요.
      루인도, 울지는 않았지만, 슬펐어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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