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 기대하고 있던 애니메이션이었다. 이미 본 사람의 평에 따르면, <늑대 아이>가 퀴어 영화는 아니라고 해도 퀴어인 아이를 양육하는 방식을 유비할 수 있는 영화라고 했다. 그래서 기대하다가 어제 어떻게 시간이 나서 봤는데...

조금은 실망했다. 이 영화엔 젠더 감수성이 전혀 없었고 양자택일이어야 했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늑대인간인 첫째 유키와 둘째 아메는 각각 다른 선택을 한다. 여자늑대사람으로 나오는 유키는 학교에 입학한 얼마 안 지나 왈가닥이던 자신의 성격이 소위 말하는 여성성에 맞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다. 그러고 나선 새로운 원피스를 입고 학교가 요구하는 젠더 규범에 부합하며 인간으로 삶을 선택한다. 남자늑대사람으로 나오는 아메는 학교에 적응을 못 하고 산으로 갔다가 여우 선생을 만나 산의 질서를 지배하는 방식을 배우고 결국 가족을 떠나 산의 질서, 자연의 질서를 다스리는 존재로 살아간다. 소위 여성은 여성적 젠더 규범에 부합하는 인간으로 살아가고 소위 남성은 대의(자연의 질서 관장)를 위해 가족을 떠나 늑대로 살아간다. 이게 뭐야...

더 큰 고민은 늑대인간엑 늑대로 살 것인지 인간으로 살 것인지 선택하도록 하는데... 꼭 양자택일로 선택해야 했을까? 둘 다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은 없었을까? 늑대아이를 인터섹스나 트랜스젠더로 유비해서 상상한다면, 소위 여자나 남자로 환원되지 않고 인터섹스로,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는 방법도 있다. 혹은 또 다른 어떤 방법도 가능하다. 그런데 왜 둘 중 하나의 삶만 가능하게 했을까?

어머니 역의 하나는 또 자식을 위해 제 삶을 희생하고 헌신하는 캐릭터. 끄응...

뭔가 흥미로울 법한 내용인데 그것을 구성하고 전개하는 방법이 매우 진부하다. 더구나 하나는 늑대아이 둘을 기르는데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음에도 단 한 번도 갈등하거나 망설이지 않는다. 너무 꿋꿋하다. 흠...


+
그나저나 이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반전은.. 나 나름의 가장 큰 반전은... 아메가 남자늑대사람이었다는 것... 중반부를 넘어 후반부로 넘어갈 즈음에야 남자늑대사람 역인 걸 알았다..

2013/10/21 06:14 2013/10/21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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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13/10/28 18: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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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인  2013/10/31 22:37     댓글주소  수정/삭제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애들이 어릴 때 수시로 늑대로 변하면서 장난치는 장면이랄까요.. 어쩐지 아기고양이가 뛰노는 모습 같아서.. 아하하 ;;;
      하나는 저도 정말 답답해서... 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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