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다녀온 다음날인 화요일 아침, 평소와는 다르게 영양제를 하나 더 주기로 했다. 아무래도 힘이 없으니 영양제를 하나 더 주면 좋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고민에서 그렇게 했다. 평소라면 매일 저녁 밥을 챙겨줄 때 같이 줬는데 지금은 몸이 안 좋으니까.. 그래서 영양제를 꺼내고 다시 넣는데 얼핏 ‘갈릭’이란 글자가 눈에 거슬렸다. 그리고 바람에게 영양제를 하나 더 주고 외출했다.

고양이 빈혈이 어떤 건지 알고 싶어 이것저것 검색했지만 유용한 정보는 없었다. 아예 의사를 대상으로한 전문적 문서거나 그냥 빈혈에 걸렸다는 내용이거나. 전염성빈혈도 검토했지만 바람에겐 해당하지 않는 듯했다. ‘그럼 왜?’란 의문과 함께 구글링을 계속하다가 미리보기로  나와 있는 구절 하나가 걸렸다. 마늘.. 빈혈.. 고양이에게 더 유해.. 어?

“양파와 마늘(날것, 익힌 것, 또는 분말형태)의 유독성분인으로 인해 적혈구감소로 빈혈을 초래할 수 있다. 고양이의 경우 개보다 더 영향을 받음. 위험기준은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개나 고양이 음식에 섞어 주지 말아야 한다. 구토, 설사, 빈혈, 소변의 변색, 허약증세, 간 기능장애, 알레지 반응, 천식 등의 증세.”

뭐라고? 그래서 다시 ‘고양이, 빈혈, 마늘’을 키워드로 하니 문서가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마늘이 고양이에게 좋은지는 논쟁적이란 내용이 주를 이룬다. 확실하게 유해하다는 문서도 있다. 면역력을 증강시킨다는 문서도 있다.

암튼 요약 정리하면, 양파는 확실하게 빈혈 등 위험하다. 양파와 비슷한 성질의 마늘 역시 빈혈 등을 야기할 수 있지만 면역력 증강 등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마늘이 유해할 때, 그것이 어느 정도 줘야 유해한지에 있어선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개묘차를 감안해야 한다. 정도?

이 정보를 확인하는 순간, 아침에도 줬고 꽤 오랫동안 꾸준히 준 영양제의 성분을 다시 확인했다.

-  *** 효모와 마늘 영양제는 단백질과 미네랄, B-복합 비타민 보충제입니다.
- 효모와 마늘 영양제는 애완 동물을 건강하게 하며 면역력을 증진시킵니다.
(제품명과 출처는 생략합니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바람에게 독약 혹은 빈혈을 야기할 수 있는 성질의 음식을 준 것인가? 갑자기 등골이 오싹했고 오늘 아침에 준 영양제를 먹지 않길 간절하게 바랐다. 다른 한편, 만약 정말로 영양제에 든 마늘이 원인이라면, 몸의 다른 상태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빈혈 증상만 있는 게 납득이 되기도 했다. 그럼 정말 영양제에 든 마늘이 문제인 걸까? 그리하여 서둘러 다른 영양제를 주문했다. … 음? 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몸의 기력을 회복할 필요는 있으니까.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도착하니 바람은 이불 속에서 자고 있었다. 자는 바람을 억지로 깨우는데 목소리가 너무 작았다. 덜컥 겁이 났다. 더군다나 이 녀석, 영양제를 다 먹어치웠다. 서둘러 손을 씻고 바람을 이불에서 꺼냈는데… 휴… 그렇게까지 나쁜 것 같지는 않다. 힘 없는 건 여전하지만… 잠시 바람과 쉬며, 다음 혈액 검사까지 기존 영양제는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마늘이 정말 빈혈의 원인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용의자(?)일 뿐이다. 일단 마늘이 든 영양제를 주지 않고, 그 사이에 별 문제가 없다면 한 달 뒤에 재검을 하고 그 결과를 확인해야 어떤 식으로건 판단할 수 있다. 그 사이 별 일 없기를 바랄 뿐이다.


+
엘라이신을 주는 법:
-월요일 저녁: 바람을 포박합니다. 입을 억지로 벌립니다. 엘라이신 겔을 입에 넣습니다. 바람이 싫어하며 도망갑니다.
-화요일 아침: 바람을 포박합니다. 바람이 싫어합니다. 입을 억지로 벌립니다. 실패합니다. 입을 강제로 벌리고 엘라이신을 조금 넣습니다. 바람이 쩝쩝 먹습니다. 손가락에 묻는 엘라이신을 핥아 먹습니다.
-화요일 저녁: 바람이 자기 자리에 있습니다. 손가락에 엘라이신을 묻혀서 바람에게 내밉니다. 바람이 할짝 할짝 맛있게 먹습니다. 저는 바람의 혀를 느낍니다. 평온합니다.
… 엘라이신 겔에 무얼 탔는지 모르겠지만 잘 먹네요.. 흐흐흐

+안약을 주는 법:
-월요일: 바람을 껴안습니다. 바람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봅니다. 안약을 넣습니다. 바람은 상황 파악을 못하고 멍하니 있습니다.
-화요일: 바람을 껴안습니다. 바람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가 안약을 넣으려고 하자 눈을 감습니다. 다행이 눈 위에 안약이 떨어져 강제로 눈을 열었습니다.
-수요일: 안약을 챙겨갑니다. 바람이 도망갑니다. 억지로 붙잡습니다. 바람이 싫어합니다. 눈에 안약을 떨어뜨리지만 눈을 뜨지 않아 흘립니다. 세 번을 시도하고 억지로 눈을 열어 안약이 눈동자에 번지게 합니다. 바람이 싫어합니다.
...이왕 안약을 주는 거 양쪽 다 줄까 했는데 그건 포기했습니다. 하루에 두 번 주라고 한 것 같은데 그냥 한 번만 주는 걸로 타협했습니다.
2013/09/05 06:17 2013/09/05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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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키아란  2013/09/06 05: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동반자 입장에서도 마늘은 노노였던 거 같은데 글쎄요...
    • 루인  2013/09/06 22: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마늘과 관련해선 논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집단은 면역효과를 높인다며 어느 정도는 괜찮다고 하고, 다른 집단은 어느 정도가 부정적 효과를 야기할지 모르니 위험하다고 하고...
      바람은 아마 마늘과 안 맞았는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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