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과 메일을 주고 받다가 나온 약간의 잡담..


의식의 흐름으로 글을 쓴다는 건, 애석하게도 아무 얘기나 마구마구 쓰는 게 아니다. 아침에 먹은 밥 얘기하다가 어제 본 길고양이 얘기하다가 며칠 전 만난 친구와의 일화를 얘기하는 식이 아니다.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다. 제임스 조이스건 버지니아 울프건 소위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썼다고 얘기하는 작가의 글을 읽노라면 매우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란 게 함정이라면 함정이랄까... 그 양반(?)들의 의식은 소위 근대 합리적이고 과학적 이성을 토대 삼아 만들어졌다는 게 함정이다. 우연히 일어난 일도 다 납득할 만한 계기가 있고 그냥 언급한 일도 나중에 다 논리적으로 연결이 된다. 그러니 의식의 흐름이란 (논리적/합리적/과학적)이라는 수식어가 빠져 있다.

그래서 내가 힘든 거야.. 이것저것 아무렇게나 마구 쓰고 싶은데, 망상을 따라가며 글을 쓰고 싶은데, 이렇게 쓰고 의식의 흐름이라고 주장하고 싶은데 그랬다가는 제대로 욕먹거든.. 흑..

2013/08/18 06:09 2013/08/18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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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키아란  2013/08/19 1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논리따윈 인간의 판타지라고 굳게 믿는 사람이라 (그러면서 수학과 ...)
    (그렇지만 판타지는 좋은 거잖아요? 수학을 하면 평생 인류의 꿈을 같이 꾸는거니까)

    오히려 그냥 감정이 곧 논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더 자주하고 그런 방식으로 글쓰기를 열어 나가려는 시도를 더 많이 해요. (그렇게나마 스스로를 편하게 해주지 않으면 거의 쓰질 못해서 -ㅁ- ..)

    예를 들자면, 내 블로그의 글들이 우울돋아서 안타까워 ㅠㅠ 라고 말하다가 갑자기 아 그런데 오늘 처음 반바지 입었다 ㅇㅁㅇ 라고 말이 튀어나오는 순서로 대화가 진행되지만, 그래도 심리상태에 체온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반바지를 입었다는 게 심리상태가 좋다는 걸 의미하는 거거든요 (...)

    문제는 이 연결고리를 언제 발견하느냐는 거죠!! 친구와 대화하다가 집에 와서 연결고리가 생각나면 이미 ★
    • 루인  2013/08/20 22:44     댓글주소  수정/삭제
      수학과니까 논리가 환상이라고 믿을 수 있는 것 아닐까요? 흐흐흐흐흐
      정말 감정이 논리예요. 다만 누구의 감정은 논리가 되고 누구의 감정은 비논리적 헛소리가 되느냐가 관건이랄까요... 흐.

      의식의 흐름에 따른 글쓰기는 이런저런 연결고리를 분명 찾을 수 있긴 한데, 살다보면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거든요.. 그에 반해 소설에선 인과관계가 정말 딱딱 들어맞아서...;;;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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