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인가 적었지만 필기구를 좋아한다. 그래서 늘 몸에 필기구를 지니는 편이다. 하루 종일 필기구를 사용할 일이 없다고 해도 일단은 챙긴달까. 외출할 때 가장 먼저 챙기는 물건이 필기구와 교통카드 지갑이다. 단지 필기구 하나만 꼭 챙기는 게 아니다. 주로 사용하는 필기구가 리필용 펜인데 가방엔 리필통 여분과 6개월 이상을 사용해도 충분할 리필심이 들어 있다. 두 가지 이유에서 이렇게 챙겨 다니는데, 펜을 사용하다가 갑자기 약이 다 나갔을 때, 그리고 갑자기 펜을 잃어버렸을 때를 대비해서다. 펜을 사용해야 하는데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을 피하겠다는 게 핵심이라면 핵심.

며칠 전 수업이 있는 날이었는데 주머니에 넣어둔 펜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필통에 넣어둔 여분의 다른 펜으로 수업은 어떻게 넘겼다. 그리고 그날 저녁 집으로 가서 리필통에 리필심을 새로 채우며 늘 가지고 다니는 펜을 만들었다. 다음날 알바하는 곳 근처에 있는 문구점으로 가선, 리필통을 추가로 몇 개 구매했다. 필기구를 구매하고 밖으로 나와 알바하는 곳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길에서.. ‘아이고, 가방에 리필심과 리필통이 늘 여분으로 준비되어 있는데 왜 학교에서 만들지 않았지?’라며 나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낄낄 비웃으면서. 가방엔 늘 여분이 있기에 언제 어디서건, 리필통에 리필심을 채우면 그만이다. 그런데 필통에 둔 여분의 펜을 사용하다니..

며칠 전 수업이 있는 날이었는데 주머니에 넣어둔 펜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필통에 넣어둔 여분의 다른 펜으로 수업은 어떻게 넘겼다. 여분의 펜을 사용한 건, 잃어버린 찰나를 가늠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집에 있겠거니 했다. 깜빡하고 안 챙겼나... 펜이 없다는 사실을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탈 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잃어버릴 일이 없었다. 물론 깜빡하고 안 챙겼을 리가 없지만 잃어버린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니 당연히 집에 있겠거니 했다. 이런 상황에선 여분의 펜에 리필심을 새로 채우며, 펜을 새로 조립할 이유가 없었다. 필통에 든 다른 펜을 사용하면 되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선 펜을 찾았지만 없었다. 어디서 잃어버린 걸까...


ㄱ의 두 번째 문단과 세 번째 문단은... 같은 사건을 다른 식으로 기억하는 찰나다. 시간 순으로는 세 번째 문단이 먼저다. 펜을 잃어버린 당일 나는 세 번째 문단과 같이 생각했다. 그래서 늘 사용하는 펜을 조립하지 않고 여분의 다른 펜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 다음날 리필통을 구매하러 갔을 때, 두 번째 문단으로 기억했다. 가방에 여분의 리필통과 리필심이 있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다른 펜을 사용했다고 기억했다. 이 일을 블로깅하려고 글을 쓰면서 세 번째 문단을 두 번째 문단으로 혼동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런데 과연 세 번째 문단으로 기억하는 것도 그 찰나를 제대로 기억하는 걸까? 어디서 어떻게 기억은 변형될까?


이 모든 상황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일이 추후 발생했다. 문구점에서 추가로 더 구매한 날 저녁 청소를 하다가.. 구석 어딘가에 들어가 있던 펜이 나왔다...!!!

2013/06/23 06:20 2013/06/2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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