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범을 균열 내는 건 어렵다. 그렇다고 규범에 내재하는 균열을 놓치는 건 곤란하다. 규범은 솔기 없이 단단한 것이 아니라 허술한 형태다. 규범은 혼종이다. 그래서 규범의 균열을 읽는 작업이 중요하다. 적어도 내겐 이런 작업이 내 삶에 숨통을 틔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알바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택배가 와 있었다. 주문한 게 없는데? 이런저런 생활비에 돈 나갈 일이 많아 책 지름을 못 하고 있다. 그리하여 택배를 받을 일이 거의 없다. 최근 무언가를 주문한 일도 없고. 그런데 뭐지? 주소를 확인하니 출판사였다. 4월 말 주로 지하철에서 쓴 원고가 이제 출판되었나보다. 소리 소문 없이 글이 나온 느낌이다. 글을 쓸 때만 해도 언제 나오나 싶었는데 나오고 보니 나오긴 나오는구나 싶다. 아울러 글을 쓸 당시만 해도 6월이 언제 오나 했는데 벌써 6월 중순이다. 오늘 오후에 하나 마무리하고 이제 한두 편만 더 쓰면 상반기 마감이다. (4월부터 6월까지 총 6편이라고 했는데... 7~8으로 수정해야.. ;ㅅ; 1월부터 기준으로 하면 오늘까지 8편을 썼구나.. 끄응...)

암튼 이렇게 잡지에 출판된 글을 보니, 그래도 좀 뿌듯하다. 그동안 뭔가 하긴 했는데 그 형태가 안 보여서 '나 지금 뭐하고 있나'싶을 때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계속 바쁜 일상인데 그 결과는 확인할 수 없는 시간. 특히 글을 썼으면 지금까지 쓴 글 목록에 등록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 그냥 빈둥거리며 논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바쁘다고 흰소리만 한 것 같고. 그래서인지 책의 형태로 글이 나오니 조금은 뿌듯하다. 얼마나 잘 썼는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어쨌거나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 좋다. 뭐, 이 정도의 자기만족이라도 있어야지... ;;;


그러고 보니 지난 6월 8일에 또 다른 글이 하나 출간되었다고 알고 있는데... 왜 소식이 없지? 2월 경 급하게 마무리한 글인데...;;; 물론 글 자체는 초고부터 완성까지 거의 10달 걸렸지만...


뭔가 계속 생산하고 있는데, 생산만 하고 있으니 깊이는 없고 다들 얄팍하구나.. 훌쩍..


과거 어떤 학자는 10년에 한 편, 책을 냈다. 근데 가만 고민하면 10년에 한 편이 아니라 10년에 걸쳐 한 권의 책을 쓴 것이다. 둘은 전혀 다른 작업이다. 나도 그런 책을 쓸 수 있을까? 지금처럼 돌려막는 느낌으로 쓰지 않고 좀 진득하게 작업할 수 있을까? 역시나 박사학위 논문이 유일한 희망일까... 아아...


그래도 지금 상황은 내게 과분한 복이다. 지금 상황이 고마울 따름이다. 글을 요청하는 곳이 있고 읽어주는 분이 계시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2013/06/12 06:13 2013/06/12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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