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말인가 2007년 초, 처음으로 니키 설리반Nikki Sullivan을 알았다. 정확하게는 소마테크닉somatechnic 개념을 먼저 접했다고 할까. 2004년 즈음 소마테크닉이란 용어를 만들었다고 하니 정말 몇 년 안 된 시기였다. 나는 이 개념이 내가 고민하는 내용을 잘 설명한다고 판단했고 석사학위 논문에서도 짧게나마 사용했다(직접 인용은 짧지만 인식론으로는 석삭학위 논문의 한 축이기도 하다). 이후에도 니키 설리반이나 소마테크닉 개념은 늘 내 관심이었고 종종 검색하며 새로운 논문을 찾곤 한다.
애호하지만 한국에서 볼 수 있을 거란 상상을 한 적은 없었다. 그럴리가. 한국에서 워낙 논의가 안 되는 이슈인데다 관심 있는 사람이 적으니까. 부를 만한 단체도 마땅하지 않고. 그래서 한국여성학회에서 부른다고 했을 때 무척 기뻤다. 더구나 같이 발표까지 한다니..!!! 그런 니키 설리반을 한국에서 두 번이나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이다. 기쁘다라는 표현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그런 느낌이다.
한국여성연구원에서 진행한 니키 설리반 특강은 BIID(Body Identity Integrity Disorder몸 정체성 완결성 장애)를 중심으로 이 사회가 인간의 몸을 어떻게 사유하는지를 탐문하는 시간이었다. 자신의 몸을 스스로 절단하는 사람을 통해, 그를 끔찍하다고 여기며 특이 현상을 조사할 것인가, 그를 끔찍하다고 여기는 사회적 인식을 탐문할 것인가. 니키는 후자에서 작업한다. 어떤 실천을 끔찍하다고 여기는 태도가 반영하는 사회적 규범을 탐문하고 그것이 어떻게 인간의 삶과 몸을 규율하는지를 묻는다. 이번 발표는 이런 니키의 인식론의 연장 선상에 있고, 익숙하지만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
좋았던 것은 특강 만이 아니었다. 특강이 끝나고 책에 싸인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다른 몇 명과 함께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는 점이다. 장애이슈와 소마테크닉의 교차점을 얘기했고, 트랜스젠더의 GID와 BIID 그리고 소마테크닉을 얘기했다. 자리를 함께한 사람들이 서로를 소개하기도 했고 등록금과 장학금 문제, 거주 문제 등도 얘기했다.
얘기를 나누면서 깨달은바, 니키의 인품이 참 좋다는 점이다. 묘하게 사람을 보살피고 보듬는 느낌이다. 그것이 참 좋았다. 유명하고 실력있는 학자로서 거들먹거릴 수도 있고 까칠할 수도 있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태도에 따뜻함이 있었고 대화는 즐거웠다.
결국 나는 한국에 니키 설리반을 소개하는 글을 쓰겠다는, 숨겨둔 기획을 고백했다. 니키는 단행본이 번역되면이 아니라 논문이 한 편 번역, 소개되어도 한국을 다시 찾겠다는 화답을 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영어를 못 하는 내가 아쉬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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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해준 E와 ㅅㅇ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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